조선의 양반들은 ‘지식인’을 자처했다. 유교 경전과 역사서가 그들 인격의 밑바탕을 만들어냈고, 삶의 가치를 규정해주었으며, 그들은 이런 공부를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벼슬길에 나아갔다. 다른 한편 과거에 합격한 뒤 벼슬길을 물리치는 집단도 형성되었는데, 재야에 남아 은일자나 처사로 한평생을 연구와 저술에 쏟아붓는 이들이 드물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책에서는 이 책은 『조선을 이끈 명문가 지도』에 이은 두 번째 권으로 한양 조씨 정암 가문, 창녕 성씨 청송 가문, 창녕 조씨 남명 가문, 영일 정씨 송강 가문, 풍산 류씨 겸암·서애 가문, 무안 박씨 무의공 가문, 해주 오씨 추탄 가문, 파평 윤씨 명재 가문, 한양 조씨 주실 가문, 여주 이씨 퇴로 가문 등 모두 열 가문을 다뤘다. 이들은 결코 관료를 많이 배출하고 권력의 정점을 누렸던 곳이 아니다. 그런 기준으로 살피자면, 아첨하거나 영합하고, 무능하거나 타락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문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유교의 ‘예禮’와 ‘덕德’을 조선 명가의 기준으로 삼았다. 명가의 탄생은 조선시대에 예학이 발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 가문에서 벼슬길에 대한 열망, 탄탄한 경제력, 학맥과 혼맥의 단단한 결속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긴 했으나, 그 중심에는 항상 권력과 힘보다는 도와 예의 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Contents
차례
‘조선의 양반문화’ 시리즈를 펴내며
머리말_ 예와 덕으로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한 명가들
1장 조선 사회에 도학정치의 이상을 실천하다
한양 조씨 정암 가문 | 이근호
2장 은군자와 도학자를 배출한 조선의 명가
창녕 성씨 청송·우계 가문 | 권오영
3장 “경敬으로 안을 곧게 하고 의義로써 밖을 반듯이 하다”
창녕 조씨 남명 가문 | 이상필
4장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세출의 문장과 언어를 이뤄내다
영일 정씨 송강 가문 | 김봉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