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종류의 여자들이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머뭇거리는 여자들과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하는 여자들. 서로 자기 정체를 정반대로 말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건 페미니스트를 싫어하건 간에 둘 다는 ‘페미니즘’이라는 20세기를 뒤흔든 사상적 프레임 안에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여자들은 모두 20세기 여성운동의 수혜를 받았다. 여성 참정권과 피임 및 중절의 권리를 주장한 여자들, 남녀유별/남존여비 전통과 싸우며 남녀평등을 외친 여자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여자들은 교육을 받고 직장에 다니며 남자들과 자유롭게 사랑하고 협력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고 유리천장은 탄탄하며 혐오와 차별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과거의 페미니즘이 오늘날 우리를 만들어온 거대한 유산임은 자명하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에서 여성 혐오 사회를 분석해 젊은 여성 독자들에게 갈채를 받고 있는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가 신작 [여자들의 사상: 뜨겁게 생각하고 거침없이 행동하라]에서 오늘날 여자들의 말과 생각을 만들어온 20세기 페미니즘의 유산을 돌아본다. 그녀는 여자의 언어와 사상이 없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여자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준 동서양의 사상가와 그 저작들을 읽어보자고 제안한다. 여성 혐오라는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쥔 것이 어제인데, 유통기한이 지난 깡통 취급을 받는 페미니즘을 다시 불러들여, 오늘은 차분히 앉아서 책을 읽어보자는 그녀의 의도는 무엇일까?
Contents
[추천의 글] 혐오의 시대를 넘어서는 페미니즘 | 조한혜정
[한국의 독자들에게]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1부 여성의 책을 다시 읽다
1장 모리사키 가즈에: 출산의 사상과 남자의 일대주의
2장 이시무레 미치코: 울려 퍼지는 혼의 문학으로
3장 다나카 미쓰: 여성해방의 첫 울음소리가 들리다
4장 도미오카 다에코: 홀로 있는 자의 허무주의
5장 미즈타 노리코: 근대 일본 남성문학을 페미니즘으로 비평하다
2부 젠더로 세계를 다시 읽다
6장 미셸 푸코: 자연도 본능도 아닌 성
7장 에드워드 W. 사이드: 오리엔트는 서양인의 망상이다
8장 이브 세즈윅: 동성애 혐오와 여성 혐오
9장 조앤 W. 스콧: 세계를 바꿔 읽은 젠더
10장 가야트리 스피박: 복종이 저항에게, 저항이 복종에게
11장 주디스 버틀러: 경계를 교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