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근은 못 말리는 자유주의자다. 사회는 “개인을 억압하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꾸밈이다”(41쪽), 개인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는 개인을 위해 있다”(73쪽)는 데에 이르면 흡사 무정부주의자의 선언을 보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서울대 예과 시절 학생들 사이에까지 만연하던 좌우 갈등과 이어진 6·25 전쟁 종군 경험은 저자에게 ‘좌파는 폭력’이라는 각인을 깊이 새겼다. 20대 끝물에 보수주의를 주제로 미국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 줄곧 외교 현장에서 헌신한 그에게, 이 책 타이틀로 내건 자유, 민주, 보수는 종교와도 같다. 어떤 구원(久遠)의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인가? 한마디로 상생이다. 상생이되, 상생할 자격 있는 사람들끼리의 상생이다. 상생할 가치 있는 것들끼리 상생을 도모하려면, 상생할 자격 없는 것들은 솎아 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되 타이틀에 ‘상생’을 내걸지 않은 이유이다.
책 제작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에 대한 칼부림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부랴부랴 첨가된 꼭지에서, ‘상생할 자격 없는 것들’의 실체는 명백하다. 칼부림은 평화를 사랑해 온 한국인의 전통에서 사생아처럼 생겨난 “공산주의의 태생증명”이며, “계급투쟁, 증오, 미움에 뿌리박은” 이 사상은 “태생적으로 화해나 평화공존이 어려운” 상대라는 것(97쪽). 그렇다면 이땅에서 자유로운 개인들끼리의 상생을 보장하는 유일한 제도는? 자유 민주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당연한 결론이다.
Contents
| 머리말 |
| 제1부 | 보 수
| 제2부 | 정 치
| 제3부 | 경 제
| 제4부 | 사회·문화
| 제5부 | 외교·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