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맞춤법을 더 잘 지키고 더 정확하게 쓰게 해주는 책도, 지금 맞춤법이 틀렸다고 비판하는 책도 아니다. 왜 우리가 지금처럼 말하고 쓰는/써야 하는 건지, 그 이유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맥락부터 짚어보자는 얘기다. 이 책은 한글 맞춤법의 성립을 무엇보다도 먼저 ‘언어적 근대’의 형성이라는 언어사상사의 맥락에서 살핀다. 근대 시기 서유럽에서는 고전 라틴어, 동아시아에서는 고전 한문이라는 기존의 보편문어를 벗어나 각 민족의 세속어를 바탕으로 한 균질적 단일언어사회를 지향한다. 글로 씌어진 경험조차 일천했던 각 민족어를 대상으로 한 ‘국어사전’과 ‘국어문법’의 편찬은 동서를 막론한 근대의 특징적 양상이고, 표기법의 통일은 그것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였다. 〈한글 마춤법 통일안〉 또한 독립신문 창간(1896)에서 유길준의 『대한문전』(1909), 주시경의 『국어문법』(1910)에 이르는 근대계몽기의 고뇌와 모색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오늘까지 이어 내려오는 ‘우리 언어적 근대’의 핵심 축이었다.
Contents
머리말 · 5
여는말 · 21
1. 〈한글 맞춤법〉에 대한 역사적 이해 · 23
〈한글 맞춤법〉의 총칙에 대한 의문 · 23
〈한글 맞춤법〉에 대한 역사적 이해의 필요성 · 26
2. 언문일치체와 근대 언어학의 역설 · 30
‘언문일치체’의 기묘한 역설 · 30
‘언문일치체’가 상정하는 ‘언어’, 그리고 근대 언어학의 ‘언어’ · 33
제1장 ‘언어적 근대’라는 문제의식 · 37
1. 언어적 근대란 무엇인가? · 39
전근대 사회의 다이글로시아 · 40
균질적 단일언어 사회의 지향 · 43
문어에서 실현된 균질적 단일언어 사회 · 46
2. 언어적 근대와 근대계몽기의 ‘국문론’ · 48
‘한글’이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하여 · 48
문자에 대한 근대적 시각의 전개: 1905년 이전 · 51
‘국어’의 발견과 근대적 언어 인식의 형성: 1905년 이후 · 54
3. ‘언어적 근대’와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쟁점 · 60
언어의 문제에서 제기되는 식민지 근대화론 · 60
식민지 근대화론을 통해 ‘근대’를 성찰하기 · 63
1. 1920년대 민간의 조선어 연구 · 175
조선어연구회라는 조직 · 175
『동광』의 표기법 설문 · 178
2. 표음주의의 관철, 그러나 새롭게 재기되는 쟁점 · 184
무엇이 문제였는가? · 184
언문철자법의 쟁점 정리 · 187
3. ‘문법’이라는 새로운 쟁점 · 193
‘소리’가 아니라 ‘문법’이라는 기준 · 193
‘덥으니’인가 ‘더우니’인가? · 195
‘활용’의 도입 · 199
제6장 언어 연구에서의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과 한글운동의 갈등 · 205
1. 안확의 문제제기: ‘조선어 연구의 실제’ · 210
감정이 아니라 과학으로 · 210
언어 사실의 기술로서의 문법 · 214
2. 언어 연구의 자연과학적 모델 · 218
언어는 생명이 있는 생물 · 218
과학의 눈으로 본 언어 · 222
3. 언어의 ‘소외’와 ‘과학’의 역설 · 229
문법 연구와 언어의 통일 · 230
문어의 통일과 ‘국어’ · 234
제7장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의 성립: ‘소리’와 ‘어법’의 이중주 · 241
1. 〈통일안〉(1933)의 구조와 ‘총론’ · 245
〈통일안〉의 구조 · 245
〈통일안〉의 ‘총론’ · 248
‘총론’이 의미하는 바 · 251
2. ‘소리대로 적는다’는 것에 대하여 · 256
‘제1장 자모’ · 256
‘제2장 성음에 관한 것’ · 260
‘제4장 한자어’ · 263
3. ‘어법에 따라 적는다’는 것에 관하여 · 267
두음법칙이라는 음운 현상의 성격 · 267
〈통일안〉이 이해한 두음법칙 · 269
‘제3장 문법에 관한 것’ · 273
용언의 활용, 그리고 규칙과 불규칙 · 277
‘어법’에 맞는 표기와 음운 변동의 종류 · 280
제8장 〈통일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 1930년대 민간에서의 표기법 논의 · 285
1. 조선어학회와 한글운동을 둘러싼 당대의 지형도 · 290
1931년 『동아일보』 한글날 좌담회 · 290
1932년 『동광』의 2차 표기법 설문 · 294
일두봉(一頭棒)을 통타(痛打)하리 · 298
2. 표기법 논쟁의 의미 1: 의미와 소리의 대결 · 303
1932년 『동아일보』의 한글 토론회 속기록 · 303
박승빈의 단활용설 · 307
표음문자의 표의화와 소리의 충실한 구현 · 311
3. 표기법 논쟁의 의미 2: 역사적 관습과 엘리트주의의 대립 · 316
조선어학회에 대한 비판의 논리: ‘조선어 마비의 병균’ · 316
조선어학연구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 320
2. 새로운 의사소통 모델의 가능성 · 372
등가교환의 의사소통 모델 · 372
‘증여-답례’에 기반한 의사소통 모델의 가능성 · 376
3. ‘국어의 사상’을 넘어선다는 것에 대하여 · 383
주시경의 표기법과 ‘국어의 사상’ · 383
‘국어사전’과 ‘국어문법’에서의 ‘연방제’라는 발상 · 387
참고 문헌 · 393
Author
김병문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인교대, 서울교대, 연세대 등에서 강의했고,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에서 전문연구원,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연세대 미래캠퍼스 근대한국학연구소에서 부교수로 재직하며 HK+사업과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언어적 근대의 기획: 주시경과 그의 시대』, 『‘국어의 사상’을 넘어선다는 것에 대하여』, 『식민지 시기 전후의 언어 문제』(공저) 등이 있다.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인교대, 서울교대, 연세대 등에서 강의했고,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에서 전문연구원,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연세대 미래캠퍼스 근대한국학연구소에서 부교수로 재직하며 HK+사업과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언어적 근대의 기획: 주시경과 그의 시대』, 『‘국어의 사상’을 넘어선다는 것에 대하여』, 『식민지 시기 전후의 언어 문제』(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