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

현재 우리 사회의 불평등, 불합리한 사회구조는 유신독재와 그를 이어받은 5공 군사독재의 산물이다

한국의 1인당 GDP와 국민총소득 등 세계 경제력 순위는 OECD 국가들 중 Top 10(2021년도 한국은 9위),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동시에 소득불평등 지수와 사회 혜택은 OECD 국가들 중 하위권에 속하고, 출산율, 자살율 등은 독보적인 최하위이다.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는데도(103.6%) 여전히 집 없는 가구와 집 소유에 대한 꿈을 포기한 젊은 세대의 절망을 목도하고 있다. 증세나 사회보장과 복지는 여전히 공산주의-사회주의, 일명 ‘빨갱이’ 프레임에 갇혀 경제지표에 비해 월등히 떨어져 있다.

이런 현재진행형인 한국 사회의 불합리한 사회구조는 언제,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많은 사회경제학자들은 이를 한국 현대사의 질곡, 소위 ‘개발독재’에서 찾는다. 박정희의 유신독재와 그를 이은 전두환의 군사독재 시절의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은 우리 경제구조뿐 아니라 사회구조마저 불합리한 방식으로 뒤틀어 버렸다.

이런데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박정희 망령’이 버젓이 횡행한다. 먹고 살기 어렵던 한국전쟁 후 1960년대와 70년대에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 잘사는 나라로 만들었고, 지금의 초일류국가 형성의 초석을 쌓았다는 것이다. 경제개발을 위해 독재체제는 불가피한 혹은 필요악과 같은 존재였다는 오도된 역사의식이 아직도 이 땅에 만연한 것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불평등의 해소 등 한국 사회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하면 자주 매스컴에서 떠올리는 장면이 논두렁에서 농민들과 막걸리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인데, 실제로 그는 중정을 채홍사로 하여 궁정동 안가에서 시바스 리갈을 마시며 밤마다 유흥을 즐긴 인물임을 잘 알고 있다. 또 월남 파병 장병들의 피땀어린 전쟁 수당을 착복하여 스위스 은행에 어마어마한 비자금을 갖고 있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게다가 정권 유지를 위해 간첩단 사건을 고문하여 조작하고, 국회의원이나 법관 할 것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강압했던 비사도 이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탁월한 대중조작의 이미지 세탁으로 아직 그 망령이 우리 사회 곳곳에 편재해 있다.

이 책은 미몽에 빠진 대중에게 역사의 자각을 요구하는 책이다. 박정희 유신체제에 대한 단순한 피해의 경험이 아니라 왜 이것이 우리 역사를 망가뜨리고 있는지, 또 그 악의 카르텔은 어떻게 구성되어 운용되었는지를 신랄하게 폭로하는 글들을 모았다. 빈익빈부익부의 불평등한 구조와 사다리 걷어차기, 기울어진 운동장 등의 수식어와 같은 불합리한 사회구조, 또 사법농단, 검찰공화국의 횡포 그리고 여전한 승자독식의 경제체제들에 대해 아직도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깨어서 보기를 바라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비록 지면에 그 내용을 다 담기에는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적어도 박정희-전두환의 독재체제가 낳은 파생 현상들을 분야별로 다 다루고자 노력했다. 박정희 유신체제와 유신 2기라고도 불리는 전두환 군사독재 체제에서 심신의 고통을 직접 겪은 사람들과 주어지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역사를 꿰뚫어 보는 자각한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박정희-전두환 독재체제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현대사이다. 끔찍한 악몽과 같은 이 시대를 망각의 심연에서 끄집어내고 되짚어보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이 새로운 시대에 선 우리가 과거를 바르게 성찰하고 미래를 열어가며, 앞으로의 현대사를 써 나가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