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해고하다

$14.04
SKU
9788964361399
+ Wish
[Free shipping over $100]

Standard Shipping estimated by Thu 05/30 - Wed 06/5 (주문일로부 10-14 영업일)

Express Shipping estimated by Mon 05/27 - Wed 05/29 (주문일로부 7-9 영업일)

* 안내되는 배송 완료 예상일은 유통사/배송사의 상황에 따라 예고 없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Publication Date 2018/04/01
Pages/Weight/Size 135*205*20mm
ISBN 9788964361399
Categories 에세이
Description
도시의 삶이 잃어버린 질문을 되새겨주는 인문적 에세이

“부부가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아이들은 학교까지 때려치우고 서울을 떠나 6년째 고흥에 살고 있다”면,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부터 하게 될까. 대개는 아이들에게 무책임하다, 이상주의다, 현실을 모른다, 얼마나 가나 보자, 한마디로 ‘미쳤다’? 아니면 나와는 뭔가 다른 사람들인가 보다, 대단하다, 부럽다 정도 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겉으로는 상반된 듯 보이는 두 반응에는 실은 공통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는 통찰로 이 책의 첫 문단을 시작한다. 자본주의는 세계를 지배하는 정치경제 ‘체제’로서도 굳건하지만 ‘삶의 양식’으로서도 완전히 자리 잡았고, 사람들은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좀처럼 상상조차 해보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귀농’을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른바 생태적인 삶을 표방하며 점점 ‘가족’이나 ‘개인’으로 회귀하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또렷한 어조로 말한다. 농민들의 삶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도시사람들에게 자주 화가 나지만, 도시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생태주의자들에게도 화가 날 때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나아가 비슷한 맥락에서 과학기술을 막연히 백안시하는 태도와 거리를 두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경계와 비판만큼이나 그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올레길을 걸으면서도 그 길을 같이 걸을 수 없는 장애인 벗들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그 까닭이다.

그래서 이 책은 ‘도시에서 벗어나자’고 함부로 선동하지 않으며, 농촌에서의 삶을 미화하거나 이상화하지도 않는다. 여느 도시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중독-소비중독에 치이다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고 도시 탈출이라는 쉽지 않은 결단으로 그 질문에 대꾸하긴 했지만, 그래서 도시의 삶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만끽하기는커녕 ‘이러려고 시골에 왔나’라는 어쩌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무거운 질문 앞에서 여전히 답을 찾아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그저 정직하게 드러내 보여줄 뿐이다. “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적어도 세상이 나를 바꾸진 못하게 하겠다며 서울을 떠났던 호기는 부끄러운 나 자신을 직면할 때마다 조금씩 꺾인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내가 확신하던 모든 것들 앞에서 늘 멈칫거린다. 아니, 이제는 멈칫거림이 없는 모든 확신들을 의심한다. 흔들리는 것보다는 굳어진 것들이 더 두렵다.”라고 토로한다. 요컨대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핵심은 ‘농촌에서의 삶’이 아니라 그것이 저자에게 끊임없이 제기하는 ‘질문’들이다. 그리고 이 질문이 제기되는 방식은 섬세한 성찰을 기반으로 미학적이고 윤리적인 실천과 실험 속에 놓여 있다는 측면에서 지극히 문학적이다.
Contents
프롤로그 : ‘다른’ 삶은 가능할까
‘귀농’도 ‘자발적 가난’도 아닌……
이 철부지들아
이 집은 먹는 거 하난 황제급이라니깐~
존경하다, 또는 다시 보다(re-spect)
내 인생 마지막 이사를 꿈꾸며
손이 전하는 말, 그리고 질문
돈, 돈? 돈!
밭에서 노동을 생각하다
꿈이 더 필요한 세상?
에필로그: 시골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Author
명인
어릴 때부터 관심 분야가 다양해 열 재주 밥 굶는다는 지청구를 듣고 자랐다. 덕분에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는데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가수, 뮤지컬 배우, 싱어송라이터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가 있는 풍경]이라는 독집 음반을 내기도 했다. 그 와중에 주로 배워서 남 주는 일로 먹고 살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노동교육을 연구하던 일을 끝으로 서울을 떠나 전남 고흥으로 이주했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중심으로 인권교육활동가로 일하면서 지역의 교사들과 고민을 함께하기 위해 『교사와 손잡은 청소년노동인권』(공저)이라는 책을 썼다. 현재 한겨레에 [지역이 중앙에게]라는 꼭지의 칼럼을 쓰고 있는데 생각이 깊어지면 가끔씩 내가 중앙인지 지역인지 헷갈린다. 짓는 일과 사이를 잇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나이가 들면 오지랖을 줄이고 살림과 읽고 쓰는 일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어왔는데 벌써 내일 모레가 오십이다.
어릴 때부터 관심 분야가 다양해 열 재주 밥 굶는다는 지청구를 듣고 자랐다. 덕분에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는데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가수, 뮤지컬 배우, 싱어송라이터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가 있는 풍경]이라는 독집 음반을 내기도 했다. 그 와중에 주로 배워서 남 주는 일로 먹고 살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노동교육을 연구하던 일을 끝으로 서울을 떠나 전남 고흥으로 이주했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중심으로 인권교육활동가로 일하면서 지역의 교사들과 고민을 함께하기 위해 『교사와 손잡은 청소년노동인권』(공저)이라는 책을 썼다. 현재 한겨레에 [지역이 중앙에게]라는 꼭지의 칼럼을 쓰고 있는데 생각이 깊어지면 가끔씩 내가 중앙인지 지역인지 헷갈린다. 짓는 일과 사이를 잇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나이가 들면 오지랖을 줄이고 살림과 읽고 쓰는 일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어왔는데 벌써 내일 모레가 오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