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중반부터 조선 문단에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이 일어났다. 매일신보 등 주요 신문 도처에 역사소설이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다. 야담과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든 역사소설은 대중의 열광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신문사들은 예고 광고까지 하면서 역사소설 연재에 더 열을 올렸다. 당대의 고루한 논자나 비평가들의 시각에서는 지극히 ‘야담’스럽기도 한 역사소설의 그 같은 인기는 위험한 것이었다. 때가 어느 때인가. 진지하고 또 진지하게 시대의 문제를 성찰해야 될 일제시대가 아니었던가.
『역사소설, 자미(滋味)에 빠지다』는 부제인 ‘새로 쓰는 한국 근대 역사소설의 계보학’이 말해주듯이, 바로 그 ‘자미’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근대 신문연재 역사소설의 계보와 구체적인 면면, 그리고 발전 과정을 소상하게 연구한 학술서이다. 저자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했던 이 책에서 단순히 당시 역사소설의 알파와 오메가를 나열하고 소개하는 것 이상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적 제재를 취한 소설 일반을 가리키는 양식명인 ‘역사소설’이라는 명칭이 실제 역사소설의 실재에 부합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실재의 역사소설을 획일적이고 고유한 미학을 구가하는 양식으로 바라보고 한계 지으려 했던 역사소설 비평이 부여한 명칭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한 기존 비평의 지배하에 있던 연구는 결국 ‘민족주의 담론’에 갇혀 당시 역사소설의 진정한 면모를 보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Contents
Ⅰ. 서론: 역사, 역사소설, 역사소설 비평에 관한 네거티브
1. 사실인가? 허구인가?
2. 메타내러티브는 메타 가능한가?
Ⅱ. ‘역사소설’ 개념의 번역과 도래
1. 용어의 이입과 굴절
(1) 명칭의 외래성
(2) 표제의 고안
(3) 역어(譯語)로서의 잉여
2. 史와 虛構 사이의 거리
(1) 역사전기소설과 역사소설 간의 분절성
(2) 記와 作, 그 분화와 습합
3. 기원의 소거와 전도
(1) 기점 논의의 간략한 전사(前史)
(2) 매체가 창출한 역사소설의 남상
Ⅳ. 역사소설 메타내러티브의 형성과 원리
1. 역사소설과 역사담물(歷史譚物) 사이의 경계 긋기
2. 역사와 문학의 길항
3. 역사소설의 통속성과 전작소설(全作小說)로서의 가능성
4. 양식성의 부재와 메타내러티브의 공전
Ⅴ. 담화의 혼종성과 담론의 양가성
1. 전대 서사문학 전통과의 교섭 및 근대소설로의 지향
2. 민족서사로서의 양면성
3. 대중, 통속, 역사 ; 자미(滋味)의 역사 글쓰기
4. 제국주의 국가 담론과 역사의 서사적 재해석
Ⅵ. 보론: 역사소설 연구를 반성하다
부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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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김병길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부교수이다. 저서로 『우리 근대의 루저들』, 『우리말의 이단아들』, 『정전의 질투』, 『역사문학 속(俗)과 통(通)하다』, 『역사소설, 자미(滋味) 에 빠지다』, 공저로 『한국 근대문학과 신문』, 『김동리』, 『정비석 연구』, 『대학글쓰기』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부교수이다. 저서로 『우리 근대의 루저들』, 『우리말의 이단아들』, 『정전의 질투』, 『역사문학 속(俗)과 통(通)하다』, 『역사소설, 자미(滋味) 에 빠지다』, 공저로 『한국 근대문학과 신문』, 『김동리』, 『정비석 연구』, 『대학글쓰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