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그 짧은 글 속에 아주 많은 것들을 담는다. 사람을 담기도 하고, 때론 풍경을 담기도 하며, 희로애락이 섞인 숱한 감정들을 담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유은미 시인의 시를 정의한다면 한마디로 ‘이야기가 담긴 아주 어여쁜 그림’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란 ‘줄거리’를 말한다. 저마다의 사연과 감정이 담긴 시들은 많지만 ‘이야기’가 담긴 시들을 만나는 것은 좀처럼 쉽지가 않다. 거기에 그림이 절로 그려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까지 더해졌으니 그녀의 시는 그야말로 읽을 맛이 난다. 표현에 있어 어색함과 과함은 없고, 매끄러움과 맛깔나는 비유는 있다. 그래서 그녀의 시가 더 공감되고 특별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시가 매력적으로 읽히는 또 다른 이유는 단연 ‘위트’가 아닐까 싶다. 하나의 감정에만 치우쳐 자칫 읽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지 않고, 요소요소에 웃음과 해학을 잘 버무렸다. 그래서 울다가도 웃게 되고, 웃다가도 또 울게 된다. 그녀가 이러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아마도 타고난 관찰력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는 모든 대상을 관심과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그녀는 시인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잊지 않은 것이다.
삶의 무게를 떠안으며 살아온 지난날의 이야기를 한 권의 시집에 녹여낸 유은미 시인. 그녀의 첫 시집이 세상과 부디 무사히 교감하기를, 그래서 또 다른 시집으로 곧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Contents
1부
툭·13 / 합방·14 / 적경寂境·15 / 동지섣달·16 / 그 겨울 그 바닷가에서·18 / 눈 오는 밤·20 / 그리움을 태우다·21 / 무서리·22 / 개다리소반·24 / 호박고지·26 / 밤송이·28 / 한마음·29 / 오후·30 / 가을 속으로·32 / 가을걷이·34 / 할머니 제사·36 / 임종·39 / 앙금·40 / 까치집 세놓음·42 / 닭발에 소주 한잔·44 / 첫사랑·46 / 짝사랑·48 / 세월·49 / 고추잠자리·50
2부
마른장마·53 / 어쩌나 어쩌나·54 / 행상·56 / 그해 여름·57 / 추억 하나 입에 넣고·58 / 다행이다·59 / 암자·60 / 늙은 장닭·61 / 청시靑枾·62 / 장마·63 / 겨울 바다·64 / 향기·65 / 숨바꼭질·66 / 채송화·67 / 해바라기·68 / 바람에게·69 / 매미·70 / 해로偕老·72 / 마음은 벌써·73 / 고봉밥·74 / 그렇게 보냈다·76 / 가을비·77 / 어느 술집에서·78 / 거울·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