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휴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붐비는 곳, 인천공항. 예전보다 낮아진 해외여행의 문턱은 더욱 많은 사람을 국외로 이끌고 있다. 어느새 여행이라면 비행기 한 번은 타줘야 하고, 최대한 먼 곳으로 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고, 제주도를 제외한 국내여행지는 많은 이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이런 때, 『소설, 여행이 되다』는 국내 구석구석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들로 다시금 눈 돌리고 걸음 하게 한다. 이 책에서는 근현대 대표 작가와 작품들을 깊이 있게 사유하는 한편,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데, 새로운 조명 방식은 ‘여행’이다. 이 책은 책 속에 담긴 작가와 작품 그리고 작품의 배경 또는 작가의 삶과 관련된 ‘장소’로의 여행을 안내하고 있다.
박완서의 ‘현저동’ 시절은 오래도록 작가의 가슴에 말뚝처럼 남아 그녀의 40년 이야기에 원천이 되었다. 김승옥 작품 속 가상의 지명인 ‘무진’은 현존하지 않은 곳임에도 많은 이의 가슴속에 안개의 그림자를 어른거리게 했다.
독자는 채만식의 『탁류』를 통해 군산의 흥망성쇠, 아픔의 시절을 아프게 인식하는 한편, 그 세월에 공감하고 그 시간을 위로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강아지똥』의 작가인 권정생의 생가에서 미처 작품 속에 담기지 않은 작가 삶의 깊은 애환을 발견할 때, 힘든 인생과 시간도 이만하면 괜찮다 싶은 상대적인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한국문학 근현대 대표 작가와 작품과 소통하고 교류하다 보면 익숙한 작품은 더욱 깊이 사유하고, 낯선 작품은 새로운 즐거움으로 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