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황선도 박사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관장으로서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 밤낮 물고기만 생각하다보니 이제 물고기의 목소리가 들릴 지경에 이르렀다. 물고기에게 울음소리가 있냐고? 사실 물고기는 생물 중에서도 특히 조용한 부류다. 사는 환경이 너무 달라서일까, 우리는 물고기의 ‘울음’을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러나 물고기도 운다. 우리 귀에 들리지는 않을지언정 온몸으로 운다. 우리가 들어야만 할 간절한 울음소리로, 목 놓아 울고 있다. 물고기는 말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약동하는 물고기의 몸짓에서 짐짓 고개를 돌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주해야할 물고기와 바다, 자연과 환경이라고 하는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모른 체 하고 있는 사이에 하구에는 둑이 들어서고, 갯벌은 메워졌다. 물고기들은 살아갈 터전을 잃고, 우리는 그들 물고기를 잃는다. 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물고기의 울음을 들으셨나요/물고기도 웁니다/서해를 가득 채운 조기 떼가 연평도로 북상하면서/조기의 울음 소리 들리면/섬에는 파시가 섰죠…(유자효, [섬] 중에서).”
우리는 물고기들의 몸짓 언어를 지긋이 들여다봄으로써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수백 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 삶 속에 새겨진 그들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것은 단순히 식문화를 넘어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 지난한 작업을 뒷받침하는 것이 저자인 황선도 박사의 오랜 경험과 연구다. 20년 이상을 우리나라 해양생물 연구에만 매진한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는 놀랍도록 풍성하다. 『자산어보』에 기록된 조선시대의 식문화와 물고기들의 생태에서부터 최신의 연구 성과에 이르기까지, 생태학적 정보에서부터 해양생물에 얽힌 각종 재미난 얘기까지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저자의 이야기는 도무지 마를 기미가 없다. 화수분 마냥 샘솟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우리의 삶에 해양생물들의 존재가 깊이 뿌리박혀 있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서 그들의 삶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가 일하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로고에는 파도, 즉 바다와 해조류, 물고기 그리고 사람이 그려져 있다. 바다와 해양생물을 알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들을 알아야 한다. 모든 요소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이루고 있음을, 그리고 그 한 축인 인간에게 지워진 막대한 책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저자가 바다와 물고기를 통해서 읽어낸, 물고기가 인간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메시지인 것이다. 이제는 우리 인간이 거기에 대한 답장을 쓸 때가 됐다.
Contents
머리말
1장 한반도 물고기의 품격
01. 생긴 대로 산다? 사는 대로 생겨진다 / 고등어
02. 천지신명에게 바쳐지던 귀하신 몸 / 명태
03. 사덕을 갖춘 선비의 몸가짐 / 조기
04. 절도 있는 은빛 칼날의 아름다움 / 갈치
05. 추운 겨울을 견뎌 성장하는 과묵한 수행자 / 조피볼락
06. 망둥이가 동경하는 높이뛰기 선수 / 숭어
07. 죽더라도 같이 죽는 참사랑꾼 / 홍어
2장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
08. 개체의 연약함을 대가족의 단결로 극복하다 / 멸치·실치
09. 사람도 물고기도, 때와 철이 있다 / 전어
10. 신분은 달라져도 본질은 그대로 / 넙치
11. 외모지상주의를 정면으로 돌파하다 / 아귀
12.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적색경보를 울리다 / 뱀장어
13. 강물이 흘러야 돌아온다 / 복어
14. 물고기의 흥망성쇠에서 대자연의 순환을 보다 / 꽁치·청어
3장 뼈대 있는 가문의 단단한 뚝심
15. 외강내유의 고고한 군자 / 꽃게
16. 곧고 강직함이 대쪽과 같다 / 대게
17. 험악한 털복숭이, 그 속은 천하일색 / 털게·왕밤송이게
18. 자연을 정화하고, 과학자에게 영감을 주는/ 갯가재·쏙
19. 바다노인? 허리는 굽었어도 기력은 왕성! / 새우
20. 무한경쟁의 끝은 공멸이다 / 따개비
4장 뼈대 없는 가문? 휘어질지언정 꺾이지 않는다
21. 알고 보면 뼈대 있는 진짜 양반 / 오징어
22. 먹물 좀 먹어본 바다의 지식인 / 문어
23. 풍수지탄의 부끄러움을 아는 / 낙지
24. 바닷속 토끼와 거북이 / 군소·군부
Author
황선도
30년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바닷물고기를 연구해 온 토종 과학자이자 ‘물고기 박사’다. 해양학과 어류생태학을 전공했고, 고등어 자원생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년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일하며 일곱 번이나 이삿짐을 싸고 풀었다. 옮긴 곳마다 주변인이 되어 살았으나 그 덕에 지금은 어느 바닷가든지 고향으로 여긴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우리 바다의 생태계 복원을 연구하며 언젠가 사라진 물고기들이 다시 돌아올 날을 고대하고 있다. 때로는 뱃멀미에 기절을 하고, 때로는 질척한 갯벌에서 고생 삼매경에 빠져도 다시 태어나면 여전히 ‘바다 사나이’가 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그간 50여 편의 논문을 썼고 특히 2013년 펴낸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는 대한민국 바닷물고기에 대한 첫 보고서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황선도’라는 이름 석 자를 알렸 다. 그해 5월부터 2016년 1월까지 [한겨레신문]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에 ‘생생 수산물 이야기’를 연재했으며, 현재는 [경향신문]에 ‘漁! 뼈대 있는 가문, 뼈대 없는 가문’을 연재하고 있다.
30년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바닷물고기를 연구해 온 토종 과학자이자 ‘물고기 박사’다. 해양학과 어류생태학을 전공했고, 고등어 자원생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년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일하며 일곱 번이나 이삿짐을 싸고 풀었다. 옮긴 곳마다 주변인이 되어 살았으나 그 덕에 지금은 어느 바닷가든지 고향으로 여긴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우리 바다의 생태계 복원을 연구하며 언젠가 사라진 물고기들이 다시 돌아올 날을 고대하고 있다. 때로는 뱃멀미에 기절을 하고, 때로는 질척한 갯벌에서 고생 삼매경에 빠져도 다시 태어나면 여전히 ‘바다 사나이’가 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그간 50여 편의 논문을 썼고 특히 2013년 펴낸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는 대한민국 바닷물고기에 대한 첫 보고서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황선도’라는 이름 석 자를 알렸 다. 그해 5월부터 2016년 1월까지 [한겨레신문]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에 ‘생생 수산물 이야기’를 연재했으며, 현재는 [경향신문]에 ‘漁! 뼈대 있는 가문, 뼈대 없는 가문’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