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7일, 처음으로 보고된 이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코로나 19)는 계속해서 우리 인간의 예상을 뒤집어오고 있었다. “호흡기 질병은 겨울철에 발생하여,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어려운 더운 여름철에는 거의 사라진다”, “팬데믹 전에는 어느 정도 인체 간 감염이 발생하여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병인이 되는 바이러스의 변이 또한 이어지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인류의 희망을 보기 좋게 배신해왔다. 두 번의 여름이 지나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종식되지 않았고, 오히려 WHO에서 ‘엔데믹(Endemic)’으로의 전환을 점치고 있을 정도다. 본래 엔데믹이란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 지역에 따라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풍토병’을 의미한다. 그런데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로는 ‘감염병의 주기적 유행’을 의미하는 용어로 새롭게 쓰이고 있다. 코로나19는 그야말로 감염병의 문법을 바꿔놓은 커다란 전기인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다는 점에서는 과학계와 의학계 또한 이에 뒤지지 않았다. 2020년 1월 1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밝혀진 이후 세계 각국에서 일제히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2020년 12월 11일, 화이자(Pfizer)의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그로부터 3일 후 드디어 접종이 시작됐다. 질병에 시름하던 사람들에게는 지지부진한 속도였겠지만, 이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과거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AID)에서 사스(SARS)의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1상에 진입하는 데에만 해도 20개월이 걸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비범함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 소요되는 약 5년 이상의 기간을 5분의 1로 감축시킨 것은 mRNA 기반 백신의 특징도 있겠으나, 인류가 맞이한 미증유의 재해에 대해 전 세계의 면역학자, 바이러스학자, 의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책을 수립하고자 노력한 덕택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보 공개와 지식의 공유는 학계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에피데믹, 팬데믹을 넘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인포데믹(Infodemic)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2년째 지속해오고 있는 〈코로나19 과학 리포트〉와 이를 기반으로 한 《코로나 사이언스》 시리즈는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초과학자들이 이를 통해 기존에 학계에서 알음알음 공유되던 연구 현장 최전선의 정보를 아낌없이 대중들에게 풀어놓고 있다. 앎이란, 삶에 드리운 미지의 장막을 걷어내는 지시등이다. 팬데믹에 이어 엔데믹이라는 상황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그리고 앞으로 맞닥뜨릴지도 모르는 미지의 질병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과 같이 누구나가 접할 수 있도록 정제된 정보들이 모든 사람들의 앞길을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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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부 진화하는 바이러스, 막을 수 있을까
01. 바이러스 변이체는 얼마나 위협적일까
02. 면역 체계는 돌연변이를 방어할 수 있을까
03. 신속하면서 정확한 새로운 진단 기법
04. 초기 감염 병리기전을 밝히다
05. 인체 면역 반응의 양상과 특징
06. 반려동물도 바이러스를 옮길까
2부 백신과 치료제, 게임 체인저가 되다
07. 백신의 탄생과 패러다임 전환
08. 백신의 종류와 특징
09. 백신 개발 키워드, RNA는 어떤 물질인가
10. mRNA 백신 개발 원리와 전망
11. 모더나의 백신 개발: 팀사이언스의 힘
12. 약물 재지정을 통한 치료제 발굴 전략
13. 항체치료제 개발 경과와 전망
14. 자연에서 발견한 치료제 후보물질
3부 위드 코로나, 전환의 기로에서
15. 데이터 분석 기반의 방역정책 수립
16. 팬데믹이 기후에 미친 영향
17. 정신건강을 위한 ‘마음 방역’의 필요성
18. 인포데믹에 맞서는 국제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