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테러와의 전쟁은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기획이며 서양의 유구한 정치 전통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전통을 되살려 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존 그레이는 『추악한 동맹』에서 테러를 종식시키기 위해 전 지구적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미국의 태도가 오히려 전 세계에 분산되어 있는 테러 연계망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더 나아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확산시킨다는 명목으로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한 국가를 파멸로 몰아가 중동의 정세를 더욱 어지럽혔고 미국 내부에서도 “애국자법”을 통과시키고 고문을 부활시키는 등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자리 잡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한다.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신념의 기원과 그 파괴적 결과를 파헤친『추악한 동맹』은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존 그레이는 전 지구에 보편적인 정치 체제나 경제 체제를 수립할 수 있다는 망상이야말로 현대 정치의 비극을 낳은 원흉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테러에 대처하려면 테러리즘을 뿌리 뽑고 그 자리에 자유민주주의를 이식하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국가의 몰락과 대량 살상 무기의 확산을 막겠다는 현실주의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등은 끝없이 발생할 것이고 완전한 조화와 평화란 이룰 수 없는 유토피아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리기보다 현실에 나타날 최악의 상황에 그때그때 요령껏 대처하자고 주장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Contents
감사의 글
1장 유토피아의 최후
1. 종말론의 정치
2. 유토피아의 탄생
3. 유토피아 우파: 근대 천년왕국 운동
2장 20세기의 계몽과 폭력
1. 소비에트 공산주의: 근대 천년왕국 혁명
2. 나치즘과 계몽
3. 폭력과 서양의 전통
4장 종말론의 미국화
1. 청교도 식민지에서 구원의 국가로
2. 신보수주의의 기원
3. 귀신 들린 사람들
5장 무장한 선교사
1. 이라크: 21세기 유토피아의 실험
2. 선교사적 자유주의, 자유주의적 제국주의
3. “테러와의 전쟁”이 승리할 수 없는 이유
6장 종말론 이후
1. 세속주의 이후
2. 까다로운 세계에서 살아가기: 잃어버린 현실주의 전통
3. 다시, 종말
참고 문헌
찾아보기
옮긴이의 글
―폭력으로 얼룩진 서양 근대사의 기원을 찾아서
Author
존 그레이,추선영
존 그레이(1948-)는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정치철학자이다. 옥스퍼드의 엑서터칼리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의 지저스칼리지에서 정치학을 가르쳤고 하버드, 예일, 툴레인대학교 등에서 초빙교수로 일했으며 2008년까지 런던정경대학교에서 유럽 사상 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자유 기고가로서 『뉴스테이츠먼』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싣고 있다. 인간중심주의와 진보 이념에 대한 비판자로 잘 알려져 있다. 저서로 대표작인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2010), 『추악한 동맹 ― 종교적 신념이 빚어 낸 현대 정치의 비극』(2011), 『불멸화 위원회』(2012), 『동물들의 침묵』(2014), 『가짜 여명 ―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환상』(2016) 외 다수가 있다.
존 그레이(1948-)는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정치철학자이다. 옥스퍼드의 엑서터칼리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의 지저스칼리지에서 정치학을 가르쳤고 하버드, 예일, 툴레인대학교 등에서 초빙교수로 일했으며 2008년까지 런던정경대학교에서 유럽 사상 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자유 기고가로서 『뉴스테이츠먼』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싣고 있다. 인간중심주의와 진보 이념에 대한 비판자로 잘 알려져 있다. 저서로 대표작인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2010), 『추악한 동맹 ― 종교적 신념이 빚어 낸 현대 정치의 비극』(2011), 『불멸화 위원회』(2012), 『동물들의 침묵』(2014), 『가짜 여명 ―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환상』(2016)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