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 관한 이론을 구축하려는 기존의 시도들이 어떤 계보를 따라 펼쳐져왔는지를 확고한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추적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신화 분석 방법들과는 사뭇 다른 방법으로 다양한 신화 텍스트를 직접 분석하고 있다. 그는 신화란 무엇인지를 딱히 정의하지 않는다. 신화라는 것 자체가 그 어떤 명확한 정의도 허락하지 않는, 극히 모호하고 복합적이며 유동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화 텍스트를 분석하고, 신화 이론을 해부하기 위해서는 모종의 작업적 정의가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링컨은 잠정적으로 신화를 '서사 형식의 이데올로기'로 규정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이런 식의 신화 이해에는 여러 가지 뿌리가 있다. 우선 그것은 프랑스 사회학과 인류학의 초석을 놓은 에밀 뒤르케임과 마르셀 모스가 '모든 신화는 근본적으로 분류 체계'라고 보았던 견해를 계승하고 있다. 인간 사회와 문화 속의 모든 담론과 실천이 그렇듯, 신화 역시 사물을 조직하고 분류하는 방식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링컨은 뒤르케임과 모스의 견해가 지닌 다소 안이한 중립성을 넘어서는 그 나름의 견해를 제시한다. 신화는 그냥 평범한 분류 체계가 아니라, 특정한 방식으로 위계를 조직하고 권력을 분배하는 이데올로기적 분류 체계라는 것이다.
여기서 링컨은 '허위의식으로서의 이데올로기'에 관한 맑스의 생각을 보완한 안토니오 그람시의 '지배와 저항의 헤게모니적 토대로서의 이데올로기' 개념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신화를 '이차적 의미작용이 벌어지는 파롤화된 이데올로기'로 본 롤랑 바르트를 계승하고 있다. 링컨은 이런 입장을 그가 신화 분석의 주요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레비스트로스 식의 구조주의적 분석 방법에도 적용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신화가 일련의 대립적인 신화소들의 쌍을 구축하고 중재함으로써 인간 사고의 딜레마들을 해결하는 장치라고 보았는데, 링컨은 레비스트로스가 공시성에 치중한 나머지 통시성을 무시하고, 인간의 정신적 측면에만 관심을 가진 나머지 사회적 측면을 간과하며, 신화소들의 대립과 중재 방식을 찾아내는 데 골몰한 나머지 그 대립과 중재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위계화의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놓친 점을 보완하고 있다.
Contents
머리말
제1부 그리스인들의 뮈토스
1장 뮈토스와 로고스의 옛 역사
2장 호메로스로부터 플라톤을 거쳐
제2부 신화의 근대사
3장 르네상스에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 신화의 역사
4장 존스 경의 기원 신화
5장 니체의 "금발의 야수"
6장 뒤메질의 게르만 전쟁 신
제3부 새로운 방향들
7장 제2차 세계대전에서 현재까지(아마도 조금 더)
8장 플루타르코스의 시빌라
9장 『가우트렉의 사가』와 선물 여우
10장 황소의 탄식 다시 읽기
11장 산스크리트 학자와 존스 경
후기: 신화로서의 학문
주석
부록: 옮긴이의 인명 및 용어 설명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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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브루스 링컨,김윤성,최화선,홍윤희
브루스 링컨은 미국 시카고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북미의 대표적인 종교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20세기 후반 세계 종교학계와 신화학계를 이끌었던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제자이지만, 스승의 거시적이고 낭만적인 학문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학문을 추구해왔다. 태생적으로 유대인이고, 사상적으로 맑스주의자이자 프로이트주의자인 그는 탄탄한 사회-문화 관련 이론을 토대로 다양한 시대와 지역을 넘나들면서 역사와 현재 속의 종교적 담론과 실천들에 관한 미시적이고 비판적인 분석을 수행해왔다. 주요 저서로 『종교, 제국, 그리고 고문』(2007), 『거룩한 테러』(2003), 『권위』(1994), 『죽음, 전쟁, 그리고 희생제의』(1991), 『담론과 사회구성』(1989) 등이 있다.
브루스 링컨은 미국 시카고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북미의 대표적인 종교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20세기 후반 세계 종교학계와 신화학계를 이끌었던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제자이지만, 스승의 거시적이고 낭만적인 학문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학문을 추구해왔다. 태생적으로 유대인이고, 사상적으로 맑스주의자이자 프로이트주의자인 그는 탄탄한 사회-문화 관련 이론을 토대로 다양한 시대와 지역을 넘나들면서 역사와 현재 속의 종교적 담론과 실천들에 관한 미시적이고 비판적인 분석을 수행해왔다. 주요 저서로 『종교, 제국, 그리고 고문』(2007), 『거룩한 테러』(2003), 『권위』(1994), 『죽음, 전쟁, 그리고 희생제의』(1991), 『담론과 사회구성』(198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