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봐도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점심으로 콜라에 밥을 말아 먹었다거나, 고양이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큼이나 당혹스러운 조합이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네이버 지식백과의 정의에 따르면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다. 여기에서 핵심 키워드는 1) 여성의 권리 및 기회, 그리고 2) 평등이다. 즉, 사람들의 관념 속에 존재하는 페미니즘이란 1) 여성의 권리와 기회를 증진함으로써 2) 성평등을 이루려는 운동이다.
그런데 30대 남자와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이 두 가지 키워드의 대척점에 서 있다. 여성은 그동안 많은 사회적 차별을 당해왔다.
그 차별을 가한 건 당연히 남성이다. 남성은 여성을 착취하며 특권을 누려온 강자다. 성평등을 위해 척결되어야 할 기득권 세력이다. 그리고 페미니즘은 정의와 평등을 추구한다. 그런데 영업은 실적을 추구한다. 옳고 그름보다 이익을, 평등보다 효율을 추구하는 게 영업이다. 그래서 30대 남성과 제약회사 영업사원, 페미니즘은 안 어울린다. 당신이 느낀 당혹스러움의 근원은 그것이다.
그런데 그 끔찍한 혼종이 탄생하고야 말았다. 제약회사 영업 사원 30대 초반 남자가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썼다.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의 수혜를 입은 자가, 평등과 정의가 아니라 돈과 이익을 추구하는 자가 감히 페미니즘을 논하겠다며 나섰다.
Contents
Prologue: 나는 기득권이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다.
1장. 『82년생 김지영』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1. 『82년생 김지영』 씨, 그리고 82년생 김철수 씨
2. 누가 더 불행할까? 그리고 누구를 불행하게 만들어야 할까?
3. 김지영 씨가 말하고자 한 것들, 그리고 애써 외면한 것들
4. 군대와 임신, 그 이면에 있는 것들
2장. 여성할당제, 성평등인가? 역차별인가?
1. 유리천장, 그리고 개인의 선택
2.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들, 그리고 진짜로 원하는 것들
3. 50명의 아버지와 100명의 어머니, 그리고 나머지 50명의 남자들
4. 서로 다르다는 것, 그럼에도 평등해야 한다는 것
3장. 메갈리아,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은 가능한가?
1. 정의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투사, 그리고 불만에 가득 찬 사회 부적응자
2. 백인 농장주와 흑인 노예, 조선총독부와 독립군, 그리고 남성과 여성
3. 우리가 미워하는 것들, 우리가 진정으로 맞서야 할 것들
4장. 남자는 잠재적 성범죄자인가?
1. 성범죄자들, 그리고 다수의 선량한 남성들
2.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잠재적 성범죄자였다
3. No means no, but Cheer up baby
4. 물리적 거세와 공개 처형, 그리고 골 때리는 그녀들
5장. 성매매,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착취인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인가?
1. 백 원이라면 할 거야, 혹은 백 원이라도 안 할 거야
2. 몸이라도 팔아야 하는 이들과 돈으로라도 사야 하는 이들
3.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이야기들
6장. 설거지 이론, 남성형 비혼주의자의 탄생인가?
1. 짝, 스트레인저, 그리고 나는 솔로
2. 비혼주의, 그리고 설거지론
3. 제도와 국가, 그리고 우리들
7장. 우리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가?
1. 쿵쾅이와 보빨러, 그리고 페미니스트
2. 교수님과 사장님, 그리고 더치페이
3. 당신들, 그리고 나
Epilogue: 그래서 너는 어느 쪽인 건데?
Author
김현민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08학번, 제약회사 영업사원, 연애 버라이어티 〈나는 솔로〉 4기 정수로 출연.
항상 궁금했다. 여자에게 큰 소리 한 번 내본 적이 없는 내가 왜 기득권층인지, 여자를 때리느니 맞아주라고 배워온 내가 왜 잠재적 가해자인지, 남자니까 참으란 말을 평생 들어왔는데 뭘 더 양보하라고 하는지. 하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쪼잔하고 치사해보일까봐. 남자답지 못하게 보일까봐.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정치인들에게도, 기업들에게도, 자기 자신에게조차도 버려진 세대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이번엔 끝까지 의심하고 끝까지 질문하고 끝까지 파고 들어보기로 했다. 쪼잔하고 치사한 남자가 되어보기로 했다.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08학번, 제약회사 영업사원, 연애 버라이어티 〈나는 솔로〉 4기 정수로 출연.
항상 궁금했다. 여자에게 큰 소리 한 번 내본 적이 없는 내가 왜 기득권층인지, 여자를 때리느니 맞아주라고 배워온 내가 왜 잠재적 가해자인지, 남자니까 참으란 말을 평생 들어왔는데 뭘 더 양보하라고 하는지. 하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쪼잔하고 치사해보일까봐. 남자답지 못하게 보일까봐.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정치인들에게도, 기업들에게도, 자기 자신에게조차도 버려진 세대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이번엔 끝까지 의심하고 끝까지 질문하고 끝까지 파고 들어보기로 했다. 쪼잔하고 치사한 남자가 되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