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 공동체”라는 비전 아래 혁신과 진보적 변화를 주도해 온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이 우리 시대의 명사 여섯 분을 모시고 “교육”이란 화두를 두고 나눈 대담을 엮은 책이 출간되었다. 《김승환의 듣기 여행》은 교육감의 비전과 명사들의 진단이 만나 “교육의 본질”을 되새기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한다. 김승환 교육감은 “권력의 정점에서 하달하는 말로 인해 많은 이들이 안녕하지 못한 시대, 강제된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다시금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교육감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하고자 여섯 분의 명사를 모시고 “청컨대 여쭙는” 듣기 여행을 떠난다. 그 진지한 경청과 반성, 그리고 새로운 비전의 기록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진안 모래재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의 울창에서 만난 서길원 보평초등학교 교장은 “교육에 대하여” 듣기를 청한 교육감에게, 우리나라 혁신학교의 태동을 일으킨 선두주자답게 “혁신”이라고 답한다. 본질을 저해하는 낡은 관행의 청산과 교사와 아이들에 대한 애정 가득한 가슴이야말로 혁신의 핵심이라고 설파한다.
재기 발랄하고 진솔한 그림들이 가득한 청주 수암골 벽화마을에서는 박재동 화백과 함께 길을 걸었다. 그 길에서 화백은 교육감에게 “놀아라”고 답해 준다. 성적과 평가 위주의 미술 교육이 미술 고유의 즐거움과 재미를 앗아가는 사례를 언급하며, 아이들이 정말 가고 싶고 가서 즐기고 싶은 학교를 만들면 배움이 따라온다고 강조한다.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와는 정읍 보천교 유적지와 동학농민기념관을 함께 했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이 되는 2014년을 앞두고 민중의 열망과 변혁 의지가 담긴 유적지와 그 역사를 되짚으며 한홍구 교수는 “오늘”이라는 답을 준다. ‘역사는 언제나 오늘’이기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고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만드는 것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김주열 열사의 묘역에서 만난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소수에의 존중”이라는 답을 해준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인류 보편의 가치이며 언제나 과정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안 전 위원장의 철학을 통해 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임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소수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스스로의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하는 능력이 지금 필요하다는 것.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그녀가 운영하는 마인드프리즘의 카페에서 대담을 나누었다. 정혜신 박사는 “치유의 나눔”이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사람 중심의 차별 없는 치유와 나눔의 순환이 이루어질 때 상처받은 개인, 나아가 사회의 심층까지 헤아리는 심안이 생길 수 있음을 강조한다. 마지막은 안도현 시인과 함께 서해바다를 배를 타고 건너 위도초등학교를 찾는다. 섬의 자그마한 학교 교실에서 시인은 교육감에게 “경청”이라는 답을 준다.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말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 시인의 전언에 교육감은 “귀를 열고 말하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Contents
01 | 어둠 속에서도 메타세콰이어의
튼튼한 줄기들은 하늘로 향한다
-먼저 신발 끈 고쳐 맨 이에게 길을 묻다
02 | 가난한 골짜기, 수암골에서
그림은 속도를 버렸다
-시대의 벗과 함께 차를 마시다
03 | “새야 새야 파랑새야”
비록 녹두꽃은 떨어졌으나
04 | 민주주의의 못다 핀 꽃,
김주열 열사의 묘역 앞에 서다
-민주주의의 공기, 자유의 공기, 인권의 공기
05 | 마음에 가시광선,
비춰 보일 수만 있다면
-들여다보아야 할 우리, 보듬어 줘야 할 상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