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내용은 조몬시대부터 에도막부 말기까지 일본열도의 히토가미 탄생과 변모의 발자취를 구체적으로 고증한 것이다. 그 단서가 되는 초기 일본열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인간이 갖지 못한 능력을 소유한 뱀·여우·곰 등의 동물이나 거대한 바위나 오래된 고목·천둥·화산분화 등의 자연현상은 그 자체가 가미로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렇게 개개현상을 가미로 보는 원초적인 가미 관념에서 그 배후에 다마(魂) 등으로 불리는 영이를 일으키는 추상적·근원적 존재로서의 가미를 상정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이러한 전환은 지금부터 약 4천 년 전 조몬시대(?文時代) 후기부터 서서히 진행되었다. 조몬 토기를 대표한 토우는 본래 인간을 모방해서 만들었지만 조몬시대 후기가 되면 하트모양 토우나 차광기 토우 등 사람과 전혀 다른 형상을 가진 작품들을 만들었다.
야요이시대(?生時代)에는 가미의 의지처로서 나무나 가미를 모시는 신전, 제사 주재자로서 무속인이 그려졌으며, 가미 그 자체가 표현되는 일은 없었다. 즉 가미가 추상화된 것이다. 당시 가미는 대체로 저쪽에 있다는 기준은 있어도 어느 한 곳에 머무르는 일은 없었다. 이러한 관념을 전제로 일본열도에서 최초로 사람을 가미로 모시고자 한 명확한 실체는 전방후원분이다. 전방후원분은 가미가 산에 산다는 당시 통념을 전제로 하여 수장한 영을 새로 탄생한 국가전체의 수호신으로 모심과 동시에 그 거주지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장치였다. 제사도 봉분 자체를 산기슭에서 숭배하는 형식이 아니라 봉분 주변에서 그 때마다 조령을 의지처로 권청(勸請)하여 행하는 방법이었다.
당나라나 신라에 대항할 만한 강력한 왕권 확립을 목표로 한 이 시기에 국가가 취한 방책은 왕을 성스러운 존재로 높이는 것이었다.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천황이란 칭호가 채용되었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로 부터 당대에 이른 신의 계보가 만들어졌다. 그리하여 천황은 사후에도 산릉에 머물며 국가를 수호해 나가는 천황령으로 여겨졌다. 이후 죽은 자가 가미가 되어 자손을 지킨다는 관념은 국가방침 아래 체계화·가시화되었다. 이것이 바로 히토가미 신앙의 원류라고 할 수 있다.
Contents
서장 사람이 신이 되는 것
제1장 천황령의 탄생
1. 가미(カミ, 神)로서의 ?천황령?
2. 아키츠카미(アキツカミ)의 사상
3. 신이 사는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