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등장인물의 곡절 많고 드라마틱한 삶만큼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다채로운 양식 또한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이다.
예컨대 등장인물의 전후좌우를 면밀하게 분석한 ‘신상 털기’에서부터 연구자의 시각으로 본 냉정한 분석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인물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었다. 인물에게 보내는 서간문의 형식을 취한 경우도 있고, 등장인물이 자신을 창조한 작가 박경리에게 직접 편지를 띄우기도 한다. 인물을 가운데 두고 각계의 대표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며, 필자 자신을 인물과 동화시켜 고백체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역사학자의 시각에서 인물의 연보(年譜)를 작성하고 연대기적으로 인물의 관계망을 살피기도 하며, 몇몇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소설 쓰기로 나아간 경우도 있다.
이 책은 매년 가을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열리는 ‘박경리문학포럼’의 ‘인물열전’ 발표 원고들을 재구성하여 새로 엮은 것이다. 대학 강단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토지학회 소속 필자들은 박경리문학에 대한 애정과 소명의식으로 다년간 꾸준한 연구·집필 활동을 이어왔다. ‘인물열전’은 ‘박경리문학포럼’ 현장에서 일반 독자들과의 친숙한 만남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순서였다. 그런 만큼 이 책 역시 문학 연구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