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경숙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빗소리 시청료』가 시작시인선 0268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첫 시집 『소리들이 건너다』부터 『이별 없는 길을 묻다』 『먼 바다 가까운 산울림』 『얼룩을 읽다』에 이르기까지, 서정적 문체와 예리한 통찰력으로 대상을 감각화하는 데 특출한 재능을 보여 주면서 독창적 시 세계를 확립해 왔다.
해설을 쓴 유종인(시인, 문학평론가)은 “김경숙의 시적 눈길은 자신을 둘러싼 사물이나 현상을 기존의 관습적인 분별로부터 떼어놓는 신선한 예지叡智로 분방奔放한 화수분 같다. 그러기 위해 시인이 품어내는 시각視角의 일단一端은 기존의 미추美醜에 대한 관념에 통쾌하게 통박痛駁을 놓듯 역전적逆轉的 감각과 의식을 풀어낸다”고 평했다.
이번 시집에서 주목할 점은 시인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사물이나 현상이 기존의 관념에서 탈피하여 보다 새로운 차원의 감각으로 열린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 시집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이지만, 이번 시집에서는 특히 미美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역전시키는 사유들이 빛난다. 삶의 아이러니와 그 징후를 포착해 내어 존재를 고찰하는 시인의 시적 태도는 한층 세련되어졌을 뿐만 아니라 웅숭깊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표4를 쓴 오봉옥 시인은 “김경숙은 순명純明의 시인이다. 그의 웅숭깊은 시선이 닿는 순간 사물들은 하나하나 살아 움직인다. 세상의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이 미더운 것은 거기에 그 맑고 깊고 따뜻한 마음이 배어있기 때문이다”라고 평했고, 유홍준 시인은 “김경숙 시인의 시들은, 사물과 일상의 잔상들에 자신의 모습을 응축해 비춰보는 시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중략)… 저는 시인의 시들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마음의 평정을 얻습니다”라고 평했다.
이처럼 김경숙의 시편들은 대지를 적시고 생명을 어루만지는 물처럼 잔잔한 파문을 일으켜 우리의 감각과 정신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시인의 눈길이 머문 자리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존재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