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서정과 현실』로 등단한 김용권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무척』이 천년의시 0073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김용권 시인이 어떤 방법으로 전통적 서정의 미학을 그려내는지를 주목하여 읽을 필요가 있다. 『무척』에 수록된 시들은 근래의 서정시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전통적 서정의 미학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무척』에 수록된 「풍치」라는 시에서 시인은 감상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키고, 사유의 결과물을 쉽사리 구체적 형체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처럼 감상과 사유의 의도적 지연은 독자들에게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백을 제공해준다. 해설을 쓴 김연필 시인은 “잘 만들어진 전통 서정시는 사유의 과정 자체에서 미적 자극을 형성한다. 어떤 결론에 도달하지 않고, 감상을 끝없이 지연시켜 시·공간적 여백을 만든다. 그리고 이 여백 속에서 무한한 사유를 지속한다. 이러한 점에서 김용권의 이번 작품들은 전통적 서정의 미학을 온전히 소화하고 있는, 훌륭한 서정시라고 할 수 있다”라고 평했다. 하소연이나 넋두리의 가면을 쓴 감상적 차원의 서정시가 난무하는 요즘, 순수 서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김용권 시인의 『무척』을 우리는 무척 기다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