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이형권의 새 평론집 『공감의 시학』이 발간되었다. 문학평론가이자 대학교수이며 다수 문예지의 편집주간, 편집위원 직을 맡아 한국 문학계의 전반을 살펴본 이형권 평론가의 이번 평론집은 제목부터 여타 평론집과 다른 깊은 울림을 준다. 『공감의 시학』이라니, 얼마나 겉치레와 멋부림을 지우고 핵심만을 찌르는 말인가.
제목대로 이 책은 최근의 시와 문학 평론들의 문제를 짚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과잉되고 파편화되어 공감보다는 불화를 느끼게 하는 작금의 시편들과, 현장 평론에서 멀어져 단순히 교수 임용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되는 강단 비평의 한계를 지목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독자와의 소통을 흐리게 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우리 시단, 평단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때문에 저자는 단순히 난해함만을 목표로 창작되는 시들과 어려운 서양 이론들을 끌고 오는 것으로 끝나는 비평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수사 없이 핵심만을 찌르는 책의 제목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을 그대로 책에 드러내기 위함일 것이다. 또한 저자는 자신의 문학계 전반을 아우르는 경험을 통해 한국 문단의 전반을 조망하는 말을 꺼내기도 한다. 문예지 발간 지원기금의 폐지에 의해 부딪치는 한국 문단의 어려움과, 이후의 문예지들이 지향해야 할 목표점에 관한 이야기까지, 문단의 최전선 현장에서 활동하는 평론가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 외에도 소통과 공감을 중심으로 둔 여러 시편들에 대한 비평을, 난해하지 않은 언어로 적어내고 있다.
Contents
책을 엮으며 … 4
제1부
시의 본질에 관한 우문과 현답 … 14
시의 새로움에 대하여―시의 독창성과 창작방법 … 35
문학이 철학과 만나는 몇 가지 방식 … 65
타자를 환대하는 시인들 … 102
비평, 미혹적인 것과 매혹적인 것―비판과 소통을 위하여 … 109
코라의 노래를 부르는 시인들 ―현대시와 여성 주체의 탄생 … 123
마중물조차 없는, 문학의 타는 갈증 ―우수문예지 지원 사업의 부활을 위하여 … 142
시 문예지를 말한다 … 158
제2부
시인의 말, 시인의 노래 ―신경림의 시적 자의식 … 170
‘역동적 고요 : 가이아 명상’의 (생태)시학 ―정현종의 시 … 183
시인과 자연과 동화 ―정희성의 시 … 199
자연 감각과 유머 감각 ―오탁번의 시 … 207
메트로폴리탄 매트릭스와 서정시의 틈새―오규원의 시 … 216
슬프지 않은, 슬픔의 노래―정호승의 시 … 226
주변인의 초상과 고요한 풍경의 시―문인수의 시 … 237
칼끝 위의 둥근 모음 ―황학주의 시 … 249
되새김 넘어 되살림의 시―이은봉의 시 … 259
사랑의 춤을 위한 파반느 ― 홍성란의 시조 … 270
‘꽃의 시’가 ‘시의 꽃’이 되려는 순간 ― 김영남의 시 … 284
리비도, 에로티시즘, 그리고 시 ― 김선태의 시 … 294
푸른 은유의 숲을 찾아서 ― 배한봉의 시 … 303
고향과 사랑과 타자와 시― 고영민의 시 … 317
제3부
시의 함축미에 대하여―이시영의 『호야네 말』, 최동호의 『수원 남문 언덕』 … 334
슬픈, 운명의 알레고리― 오세영의 『바람의 아들들』 … 344
바람의 감각과 실재의 탐구 ―김영석의 『바람의 애벌레』 … 356
다른 우주로의 여행―김길나의 『시간의 천국』 … 372
‘맨 앞’의 아포리아와 ‘수리’되는 에피그램
―이문재의 「지금 여기가 맨 앞』, 안현미의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 389
시의 윤리, 삶의 윤리―곽효환의 『슬픔의 뼈대』, 유병록의 『목숨이 두근거릴 때』 … 399
낙타와 화사와 고래의 시― 이영식의 『휴休』 … 411
이성을 넘어서, 이상을 찾아서―김원중의 『문인 줄 알았다』 … 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