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시인선' 174권. 이정원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이정원 시인은 매혹이 곧 미혹이라는 것을 안다. 전복이 키워 낸 진주처럼 이 매혹이란 실상은 종양 같은 것이다. 좁쌀보다 작은 그것이 어떻게 숙주를 먹어 치웠는가. 전전반측, 살아 낸 삶 앞에서조차 타는 듯 '잠은 졸아들고, 미간'은 좁아진다. 궁구하고 골몰하는 이것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 기꺼이 미혹의 아가리로 뛰어든다.
쓰는 일과 사는 일이, 사는 일과 생각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 생각이 밥이고, 밥이 곧 삶인 것이다. 이정원 시인의 시는, 과거 시제의 구체적 사건이 현재 시제의 보편적 본질에 이르는 시학의 전통에 서 있다. 이법에 가닿으려는 요량이 바람의 경을 듣게 하고, 바람의 말을 받아 적듯 허망한 쓰기에 매달렸기에 적막의 상감기법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노을이 낙관을 뜬다는 것은 단순한 자연의 감상이 아니다. 당연히 거기엔 보는 사람의 고심이 포함되어 있다. 마음을 다그치고 골몰하여 아픈 미혹을 천만 번 되풀이하여야만, '꽃의 겨를'에 '드는' 것이다. 이정원 시인의 꽃의 복화술의 시 쓰기가 저 '들다'라는 말 속에 함축되어 있다. 말하자면, 전 생애를 '추호'에 집약하여 그녀가 여기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