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의 정신을 사회의 핵심적인 가치로 받아들이는 현대 자유주의적 사회의 다원적 상태를 대변하듯이, 관용에 관한 연구는 다양한 조건들에 의해 형성된 연구자의 관점에 따라 각각의 방법으로 수행된다. 이 책은 관용에 접근하는 방식의 상이함에서 비롯되는 관용의 다원성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다원성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점은 이 두 연구자(김선규, 박준웅) 모두 관용의 핵심적인 주제에 대한 유사한 결론에 도달하였다는 것이다. 이들이 도달한 결론의 중첩은 관용이 실천되는 근거에서 이루어진다. 김선규 교수는 관용의 행위를 가능하게 만드는 토대로서의 문화적 토양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김선규 교수는 관용이라는 행위의 동기를 제공하는 개별적 문화적 우연성과 특수성이 하나의 보편적 가치 안에서 무비판적으로 포섭되거나 제거되는 것을 비판한다. 이는 박준웅 교수의 글 전반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나는 태도이다. 그는 보편적으로 관용의 동기를 제공해주는 특정한 가치관이나 선관, 종교관이 존재할 필요가 없으며, 개별적인 문화, 윤리, 종교적 관점도 관용의 실천적 동기를 제공하는 충분한 기반이 될 수 있음을 강변한다. 이러한 의견의 일치는 관용을 정당화시키는 보편적 토대로 간주되어 온 자유주의의 전망에서 관용을 해방시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