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682년에 일본에 파견된 7번째 조선통신사가 쓰시마번을 출발하고 다시 쓰시마번으로 돌아오는 3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에, 통신사의 경호를 비롯하여 음식부터 탈것까지 전반적인 모든 것을 관리하던 실무책임자 봉행이 쓴 매일기로, 통신사행에서의 의식, 복장, 통신사의 요구사항, 각종 갈등과 사건 사고 등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 파견된 12차례의 통신사 가운데 7번째에 해당하는 1682년의 임술사행은, 총책임자인 삼사(三使)들의 기록이 한 권도 남아 있지 않은 유일한 사행에 해당한다. 다행히 역관들의 기록이 남아 있어 사행이 돌아가는 흐름은 충분히 살필 수는 있으나, 당대의 모든 사행록들이 그러하듯이 역관들이 하루에 일어난 모든 것을 기록에 남기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당시의 사행록을 재구성하려면 필연적으로 일본 측 사료를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은 당시 부산을 출발한 조선통신사들이 대마도의 행정수도였던 후추(府中)에 들렀다가 에도로 가 국서를 전달하고 다시 후추에 들러 조선으로 돌아가는 4개월 남짓의 여정을 담았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나누어보면 7월 2일부터 26일까지 후추를 출발하여 배를 타고 오사카로 향하는 일을 담은 ≪?向信使奉行船中?日記≫, 뒤이어 7월 2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오사카에서 머무르는 일을 담은 ≪?向信使奉行京大坂在留中?日記≫, 8월 7일부터 21일까지 육로로 에도로 향하는 ≪?向信使奉行道中?日記≫, 그리고 9월 12일까지 에도에 머무르던 일을 담은 ≪信使奉行在江?中?日記≫, 귀로에 들어 육로를 통해 오사카까지 돌아오는 9월 26일까지의 일이 담긴 ≪下向信使奉行江??京都??日記≫, 뒤이어 10월 4일까지 오사카에서 머문 9일간이 일을 기록한 ≪下向信使奉行京大坂在留中?日記≫, 그리고 다시 10월 16일 후추에 도달하기까지의 해로의 일을 기록한 ≪下向信使奉行船中?日記≫의 도합 7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은 기본적으로 개조식으로 작성되어 있으며, 매일매일의 기록이 날씨, 장소, 접대처, 접대담당자, 특별식으로 보내는 음식, 선물 등이 빠짐없이 적혀 있다. 기록하는 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경우에는 별도 책자를 이용하며 이를 본문에 남겨 참고로 삼을 수 있다.
이후에 작성된 사행록의 매일기들과 비교하여 내용이 건조하고 종사하는 인원의 리스트를 기술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후의 사행들이 본인들의 치부가 될 만한 이야기까지 쓰며 대화를 거의 그대로 통째로 옮겨오는 듯하게 상세하게 기술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임술년도에 들어 통신사의 기록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생겨나는 특징이다.
그러나 내용 자체가 건조하고 타 사행에 비해 간략한 편이라고 하더라도 군관, 제술관, 학사, 통사, 삼사의 기록에서는 볼 수 없는 마상재의 기술이름이라든가, 의원들의 활약상, 필담창화를 준비하거나 화원에게 그림을 부탁하면 편액을 갖고 오는 모습 등 다양한 신분들의 활동 내역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