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편향의 시선이 아닌 아우름의 가슴으로 시를 껴안는 평론가 박수연의 두 번째 평론집을 선보인다. 1998년 서울신문으로 등단한 이래, 그는 날카롭지만 따뜻하고 선이 굵지만 섬세한 글쓰기를 선보이면서 우리 시 평론의 독특한 컬러를 자랑해 왔다.
이번 평론집은 전보다 더욱 깊고 보다 폭넓어진 그의 시적 관심과 유연한 문체를 엿볼 수 있는데 특이한 점은 그가 머리말에서 밝힌 바 있듯 ‘말의 운명’이라는 시의 그 ‘첫’, 바로 그 초발의 긴장을 여전히 붙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제목을 ‘말할 수 없는 것과 말해야만 하는 것’이라 잡았다. 유추해보건대 말할 수 없는 것은 시일 것이다. 그럼에도 말해야만 하는 것은 평론, 바로 그의 운명일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것과 말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쓰는 순간 스스로 언어의 함정에 빠져버린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 것 같다면서도 저자는 발빠진 자의 무기력이 아닌 딛고 일어서는 무한대의 패기로 시를 좇고 시를 앞지르고 시와 동행하면서 우리가 살아가야 한다는 당위 그 중심에 시를 놓고 있다. 그런 까닭일까. 그의 평론은 유난히 건강하고 정직하며 힘에 넘친다.
제1부는 ‘시라는 이름’의 제목으로 각종 문예지에 발표되었던 주제가 있는 글들 6편을 모았고, 제2부는 ‘깊이와 넓이’라는 제목으로 김진경, 이강산, 이태관, 윤임수 등 비교적 소리 없는, 그러나 묵직한 우리 시인들의 시세계를, 제3부는 ‘이전과 이후’라는 제목으로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송재학, 김수우, 박진성, 윤성학의 시세계를 논했다.
Contents
머리말
제1부 시라는 이름
말할 수 없는 것과 말해야만 하는 것
자기, 自記, 自棄, 自己의 구체
시가 살아가는 방식
감각의 이념
시가의 고임과 흐름
외부를 지향하는 시
제2부 깊이와 넓이
복수적 시간의 하강과 상승 - 김진경의 초근 시세계
기억의 현재 - 이강산론
붉은 기억의 전환에 대하여 - 이태관론
수평적 원리의 삶 - 윤임수론
제3부 이전과 이후
감각의 흐름 - 송재학론
넓게 퍼지는 사물들의 시간 - 김수우론
부재하는 기원과 시의 형식 - 박진성론
시가 솟아오르는 순가 - 윤성화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