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의 서사전략

이청준의 『벌레이야기』는 관찰자인 ‘나’ 가 아이의 유괴로 인해 고통 받는 아내의 심리를 증언이라는 형식으로, 사실에 대한 주관적 의미부여를 통해 과거의 시간을 재구성한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의 『밀양(密陽, Secret sunshine)』은 오프닝(Opening)에서 엔딩(Ending)으로 수직적 공간이동과 프레임(Frame) 그리고 쇼트(Shot)와 앵글(Angle)의 허용과 통제를 통해 계획된 미장센(Mise en Scene)으로 주제를 구현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오프닝(Opening). 밀양으로 진입하는 「S#1. 도로(외부/낮)」의 ‘구름이 드문드문 있는 푸른 하늘’과 ‘찬란한 햇볕’을 클로즈 업(Close-Up)과 로우 앵글(Low Angle)을 결합시키고, 그 위에 크리스띠안 바쏘(Christian Basso)의 크리오요(Criollo 이방인)인 非디제시스적 사운드(Nondiegetic sound)를 덧입힌다. 엔딩(Ending). 「S#121. 신애 집(외부/낮)」의 하이앵글(High Angle)로 ‘시멘트바닥에 고인 빗물’과 ‘파란 플라스틱 빨래판, 세제통이 뒹굴어’있고 마당 한 켠의 ‘잡초’의 ‘누추한 여기’를 롱 테이크(Long take)로 디제시스적 사운드(Diegetic sound)인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있다. 이 책은 문자매체와 영상매체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체의 속성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 그것을 익혀 결국엔 서사의 내용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목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