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 학자인 제이크 린치와 평화학자 요한 갈퉁이 함께 저술한 이 책은 언론이 분쟁 지역을 보도할 때 어떻게 하면 평화를 뉴스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흔히 폭력은 사건이며 평화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폭탄테러나 총기난사와 같은 폭력은 발생할 때마다 사건이 되지만, 평화는 그렇지 않다.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 또는 평화를 지속시키기 위한 노력은 주목을 끌 만한 단기적 사건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과정이다. 평화 활동이 좀처럼 문지기를 통과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뉴스 유통 과정이 지구 사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매일의 뉴스를 살펴보면 폭력 이야기가 평화 이야기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폭력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인간 사회가 원래 평화보다는 폭력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거나 우리가 싫어하는 국가는 우리와 가까운 국가에 비해 훨씬 더 폭력적인 곳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평범한 일반 사람이 한 일은 그것이 세계의 중심부였건, 주변부였건 간에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지구 사회에는 폭력보다 평화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주목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일상에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평화 저널리즘은 이들에 주목한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위해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쉽게 파묻혀 버린다. 린치와 갈퉁의 주장처럼 언론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평화 활동가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언론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주요 언론이 폭력을 현실로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에 좀 더 기회를 준다면, 보다 진정한 현실에 가까운 균형 잡힌 보도가 가능할 것이다. 린치와 갈퉁이 제시하는 새로운 보도의 패러다임 가운데 한반도 평화가 현실로 보도되는 날을 기대한다.
Contents
한국어판 서문
서론
평화 저널리즘
제1장 분쟁 보도: 내리막길과 오르막길
제2장 실천을 이론화하기
커뮤니케이션
제3장 논쟁거리들: 객관성, 공정성, 진실 그리고 윤리
균형 잡힌 보도 / 탐사 보도 / 윤리적 보도 / 좋은 보도
제4장 세계의 갈등을 보도하기
평화 저널리즘: 어떻게 할 것인가? / 평화 저널리즘: 누가 해야 하는가? / 평화 저널리즘 매뉴얼 / 네 가지 평화의 각도 / 사례 연구
제5장 9/11과 10/07에 대한 보도
국가 테러리즘, 합리성과 테러리즘 / 세계의 여론은 어떻게 반응했는가? / 미국 언론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 세계 언론의 반응들 / 설명은 정당화가 아니다
제6장 민주주의, 이라크 전쟁과 영국 언론
공공언론 / 실천적 제안 / 전쟁 프로파간다 / 민주적 결핍 / 평화 저널리즘을 위한 캠페인: 머독으로부터의 실마리
제7장 언론 모니터링
언론 모니터링: 언론 모니터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 분쟁 보도를 위한 미슐랭 스타일의 체계: 전 지구적 표준을 향하여
제8장 포스트-연계 매체 환경
평화에게 기회를 / ‘테러리즘’ / 관습주의와 사실주의 / 구조주의 그리고 그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