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향기 머문 길

자연을 사랑하는 화가 이유경의 시화집. 자연에 위로받고 그들을 사랑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었던 시와 그림들을 함께 수록하였다.

내 마음이 슬퍼 질 때면 풀밭에 나가 /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가슴에 담고 / 조용히 흔들리는 풀들을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 그들은 늘 평온한 모습으로 소박하게 나를 바라봐 주며 / 삶에 지친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안아 위로해 주었습니다. / 그 포근함 속에 내 온 마음이 잔잔하게 / 물들어갈 때쯤이면 어느새 나의 슬픔은 / 고요해져서 하나의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 그림이 되어갔습니다. / 그저, 슬픔 멈춘 풀밭에 앉아 / 생각나는 대로 그리고 /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간 글들이 / 많이 서툴고 부끄럽지만, / 지난 시간들 이름 모를 키 작은 순박한 / 풀꽃들을 가슴에 안고 키 큰 슬픔들을 / 사랑할 수 있었던 나 자신은 참으로 / 행복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