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도 가장 클래식한 도시로 꼽히는 토스카나주의 시에나. 요즘 들어 한국인들도 알음알음 찾아드는 이 도시는 중세 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곳이다. 천년은 되어야 ‘구옥’이라고 불리는 시에나의 건물처럼, 이곳 사람들은 옛것을 지키려 하고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으니 바깥세상엔 별 관심이 없다.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유독 강한 이탈리아인들은 한국인이 하는 이탈리안 요리는 무조건 퓨전이라며 고개부터 돌린다. 그런 이곳에서 요리로 인정받는 유일한 한국인 셰프가 있다. 그의 이름 ‘쑨’은 전통 토스카나 요리를 제대로 하는 한국인 요리사의 대명사다.
이탈리안 요리를 향한 갈증 그 하나로, 서울에서 뉴욕으로 그리고 탄탄대로가 펼쳐진 맨해튼에서의 화려한 삶을 정리하고 토스카나의 작은 레스토랑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한 권순환 셰프. 이탈리아 주방 입성은 첫 단추부터 꼬여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뉴욕에서의 경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동네 식당 주방에서조차 구박받기 일쑤였지만, LVMH가 운영하는 벨몬드 호텔을 거쳐 지금은 조지 클루니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토스카나에서 휴양하는 곳으로 익히 유명한 로즈우드 호텔에서 일하며 이탈리아인보다 이탈리안 요리를 잘하는 셰프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책은 권순환 셰프의 요리를 향한 열정과 그의 아내 윤수지의 시에나에서의 삶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담고 있다. 한국과 전혀 다른 문화적 차이에 차근차근, 느릿느릿 스며드는 이야기다.
주변 숲이 내어준 식재료와의 조화를 이룬 식문화, 유구한 역사와 전통 어린 도시 풍광, 그 바탕에 깔린 이웃에 대한 사랑. 이 모든 것이 셰프 부부에게 정서적인 교감 속에 살갑게 다가왔다. 시에나에서의 삶이 셰프 부부에게 일러주는 것들이다. 두 부부가 써 내려간 ‘없는 것을 갈망하지 않고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은 무한 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한 줄기 위안이다.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시에나에 정착하기까지 힘든 나날은 이어졌지만, 셰프 가족은 중세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는 시에나의 삶에 녹아들었다. 수백 년을 이어온 도시 공동체 콘트라다에 두 아이가 세례를 받는 장면은 지역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잠깐의 여행, 체험, 유학 생활 등 스쳐 지나가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토스카나의 문화와 시에나를 바라본 게 아닌, 시에나의 삶에 온전히 녹아든 셰프 부부가 본 중세 도시의 삶은 깊고도 따사롭다.
이 이야기는 여행자의 눈에 비친 마냥 풍요롭고 낭만적인 토스카나의 아름다움만을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설정한 길을 믿고 묵묵히 걸어 나간 고난 극복 스토리이자, 있는 그대로를 고집하는 완고한 사람들과 마침내 함께하는 아름다운 정착기다.
누구에게나 미래는 막연하고 불안하다. 모두가 자신만의 길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다. 한국인 셰프 부부가 들려주는 시에나 정착기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Contents
프롤로그 / 토스카나의 언덕길을 지나며 4
Antipasti Misti.
뉴욕 · 밀라노 · 시에나
01 / 요리학교 The CIA 14
02 / 『앗 뜨거워』에 나온 그 레스토랑 18
03 / 인턴십이 이렇게 힘든 건지 21
04 / 주방 생존기 in 맨해튼 24
05 / 진정으로 원하는 요리를 향해 27
06 / 뜻이 있다면 길이 열리리 29
07 / 시에나의 주방은요 36
08 / 셰프 베르통 42
09 / 밀라노와의 짧은 인연 46
10 / 벨몬드 호텔 49
11 / 리구리아와 만난 시에나 52
12 / 나의 친구, 마우로 55
13 / 다시 메스톨로 58
14 / 로즈우드 호텔로 60
15 / 시에나의 매력 64
Primi.
시에나의 일상
01 / 당황스러운 처음 72
02 / 집 구하기 75
03 / 특별 대우도, 푸대접도 없어요 80
04 / 플라스틱과 전자레인지 85
05 / 콘트라다? 저도 자격이 있나요? 87
06 / 팔리오 92
07 / 낯가림만 4년 98
08 / 끈끈한 유대감 103
09 / 종교 수업 105
10 / 마법의 질문 107
11 / 아모레 미오 111
어떠한 고난이 있더라도 피하지 않고 노력해 온 결과,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시에나에서 유일한 한국인 가족으로 부끄럽지 않게 멋지게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요리사 경력을 시작해 뉴욕 The CIA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맨해튼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 델 포스토(Del posto)에서 이탈리안 요리의 매력에 빠졌다.
진정한 이탈리안 요리를 갈망해 이탈리아로 건너와, 이 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인 도시인 시에나에서 요리사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동네 맛집으로 소문난 작은 레스토랑, 밀라노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Ristorante Berton), LVMH가 운영하는 5성급 부티크 호텔(Belmond Castello di Casole)을 거쳐 지금은 로즈우드 호텔(Rosewood Castiglione del Bosco)에서 일한다. 한국인이 하는 이탈리안 요리는 무조건 퓨전이라며 고개부터 돌리는 시에나에서, 이제 그의 이름 ‘쑨’은 전통 토스카나 요리를 제대로 하는 한국인 요리사의 대명사다.
어떠한 고난이 있더라도 피하지 않고 노력해 온 결과,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시에나에서 유일한 한국인 가족으로 부끄럽지 않게 멋지게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요리사 경력을 시작해 뉴욕 The CIA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맨해튼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 델 포스토(Del posto)에서 이탈리안 요리의 매력에 빠졌다.
진정한 이탈리안 요리를 갈망해 이탈리아로 건너와, 이 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인 도시인 시에나에서 요리사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동네 맛집으로 소문난 작은 레스토랑, 밀라노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Ristorante Berton), LVMH가 운영하는 5성급 부티크 호텔(Belmond Castello di Casole)을 거쳐 지금은 로즈우드 호텔(Rosewood Castiglione del Bosco)에서 일한다. 한국인이 하는 이탈리안 요리는 무조건 퓨전이라며 고개부터 돌리는 시에나에서, 이제 그의 이름 ‘쑨’은 전통 토스카나 요리를 제대로 하는 한국인 요리사의 대명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