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이자 시인인 이데레사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쓰기 시작한 「아버지 생각」 연작시를 모아 엮은 시집이다. 모든 시편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을 고스란히 시로 담아내고 있다. 어려운 비유나 현학적인 미사여구 따위는 일절 없다. 일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담히 써 내려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이데레사 선생님의 ‘아버지’는 우리에게 선명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시집 속에는 단순히 자식의 입장에서 그리는 아버지의 모습만이 아니라, 아버지의 역정이 어떻게 역사에 닿아 있는가가 잘 담겨있다. 혈혈단신 월남하여 한 집안을 일으키려 했던 아버지의 삶이 결국엔 분단의 아픔에 닿아 있고, 불의가 판치는 세상에 닿아 있고, 자본에 휘둘려야 하는 고단한 역사에 닿아 있고,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제 삶을 살아가는 민중의 삶에 닿아있다. 필자의 ‘아버지’를 만나면서 우리는 어느덧 ‘우리들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