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깊은 숲 속, 오래된 나무 구멍 속으로 작은 불빛이 하나 보입니다. 누가 있는 걸까요?
‘책 주문받습니다’라는 낡은 종이 간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고, 나무 기둥에는 주문장 하나가 붙어 있습니다. 이곳은 바로 주문을 받아 책을 만드는 요정이 사는 공간입니다. 깊은 숲 속, 오래된 나무속에 요정의 책 공방이 있습니다. 그림책은 곧바로 이곳으로 독자를 초대합니다.
이 그림책이 열어놓은 판타지의 세계는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고 나아가 성장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갈 열쇠를 쥐여 주는 판타지의 세계가 아닙니다. 그저 무연히 현실의 자리에 마법의 세계를 배치해 놓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우리가 사는 집의 어느 구석진 곳에, 우리가 늘 산책하는 어느 공원에, 우리가 찾아가는 숲 속 어딘가에는 이런 요정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번 만나 보지 않겠느냐고 따뜻하게 말을 겁니다.
현실과 상상을 경계 없이 드나드는 아이들처럼, 모든 무생물에도 숨을 불어넣고 말을 거는 무구한 아이들처럼, 그 마음 그대로를 그림책에 담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아름답고 환상적인 세계를 눈으로, 귀로, 손끝으로, 온전히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