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1872~1945)는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의 본원적 특성은 사유나 노동이 아니라 놀이라고 주장한다. 또 인류의 문명은 놀이의 충동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법률, 지식, 시, 신화, 철학, 예술, 심지어 전쟁에 담긴 놀이 정신을 분석한다. 독자는『호모 루덴스』를 통해 낯설게 느껴지는 고대와 중세의 문화를 이해하게 하고, 인간의 특성을 새롭게 보는 눈을 얻게 된다. 하지만 해박한 하위징아의 지식이 압축된 이 책은 읽기에 꽤나 어렵다.
노명우 교수의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는 『호모 루덴스』를 흥미로운 사례들로 재구성하여 핵심 내용을 인상적으로 전한다. 다채로운 사례 해설을 통해 자유로운 놀이의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제비뽑기를 통한 판결, 내기 경쟁을 통해 이뤄지는 결혼, 수수께끼 게임 등의 놀이가 어떻게 다양한 문명권에서 꽃피게 됐는지 설명한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놀이 정신은 쇠퇴한다. 하위징아는 그로 인해 문화가 야만으로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나치즘을 타락한 놀이의 대표적인 예로 든다. 그렇지만 하위징아는 근대인이 어떻게 놀이 정신을 회복할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는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가 멈춘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하위징아의 문제의식을 계승하지만 귀족적 시각은 비판한다. 궁극적으로 놀이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구성 원리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흔히 놀이공원을 유쾌한 놀이를 제공하는 곳으로 알지만, 그곳에는 놀이와는 전혀 다른 노동의 세계가 숨어 있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처럼, 시장에서 놀이를 판매해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일 뿐이다. 그것은 건강한 놀이가 아니라 고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환각제의 역할을 한다. 디지털 세계의 놀이가 긍정적일 수 있다. 저자는 시장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본다.
Contents
프롤로그
놀이의 사라짐과 현대의 비극
Ⅰ. 호모 루덴스를 찾아 떠나는 과거 여행
1. 하위징아, 놀이하는 인간을 발견하다
2. 원형적 호모 루덴스는 왜 놀이했을까?
3. 중대한 결정을 놀이로 판단하는 고대 세계
4. 명예를 위해 결투하던 중세 이야기
5. 수수께끼 놀이와 철학의 탄생
6. 놀이가 만드는 상상의 세계
7. 아름다움을 두고 경쟁하는 놀이, 예술
Ⅱ. 현대의 호모 루덴스
8. 호모 루덴스가 사라진 19세기
9. 놀이의 원리에서 놀이의 사회학으로
10. 퇴근 후 자유 시간의 놀이
11. 홀로 구축한 취미 세계의 놀이
12. 미래를 예견하는 디지털 세계의 놀이
에필로그
놀이가 일상이 된 세계에 대한 상상
주 _
도움 받은 글
Author
노명우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론이 이론을 낳고 이론에 대한 해석에 또 다른 해석이 덧칠되면서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가는 폐쇄적인 학문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연구 동기를 찾는 사회학을 지향한다. 대학교수가 직업이고 그것으로 만족 못해 글을 쓰고 또한 니은서점이라는 골목길 독립서점에서 마스터 북텐더 자격으로 사람들에게 책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대표작은 언제나 아직 집필하지 않은 다음에 나올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수보다는 사회학자라는 호칭을 더 좋아한다. 캠퍼스에 갇혀 있는 교수보다는 평범한 삶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대리하는 헤르메스이고 싶기 때문이다.
지은 책으로 『계몽의 변증법을 넘어서 아도르노와 쇤베르크』 『계몽의 변증법 야만으로 후퇴하는 현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 『텔레비전, 또 하나의 가족』 『아방가르드』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와 ‘자전적 사회학’의 첫 번째 시도였던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 『구경꾼의 탄생』 등이 있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론이 이론을 낳고 이론에 대한 해석에 또 다른 해석이 덧칠되면서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가는 폐쇄적인 학문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연구 동기를 찾는 사회학을 지향한다. 대학교수가 직업이고 그것으로 만족 못해 글을 쓰고 또한 니은서점이라는 골목길 독립서점에서 마스터 북텐더 자격으로 사람들에게 책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대표작은 언제나 아직 집필하지 않은 다음에 나올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수보다는 사회학자라는 호칭을 더 좋아한다. 캠퍼스에 갇혀 있는 교수보다는 평범한 삶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대리하는 헤르메스이고 싶기 때문이다.
지은 책으로 『계몽의 변증법을 넘어서 아도르노와 쇤베르크』 『계몽의 변증법 야만으로 후퇴하는 현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 『텔레비전, 또 하나의 가족』 『아방가르드』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와 ‘자전적 사회학’의 첫 번째 시도였던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 『구경꾼의 탄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