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이 누워 있다. 이 세상 인연이 다했음을 이미 직감했다. 회한은 없건만 제자들이 눈에 밟힌다. 한없는 연민의 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난다. 순간, 지난 세월이 스쳐간다. 허공에 시선이 멈추었다. 이윽고 눈을 감았다. ‘과연 저들은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 그래, 이제 내 소임은 끝났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열반하였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가 가르쳐준 진리는 남아 있다. 그는 과연 불교라는 ‘종교’를 창시하려 했을까? 붓다에게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종교라는 관념이 있었을까? 붓다가 진정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인문학자가 바라본 붓다, 그리고 불교.
불교는 ‘세계의 깊이’다.
세계는 바로 시공의 통일체로서 우주이고,
불교는 그 심연 속에서 우리에게 궁극의 뜻을 드러낸다.
‘세계(世界)’라는 말은 원래 불교 용어이다. 산스크리트어 ‘로카다투(loka-dh?tu)’를 한문(漢文)으로 번역한 ‘세계’는 해와 달이 비추는 범위로서 수미산을 중심으로 네 개의 대륙을 가리킨다. 여기에 천상과 지옥도 포함하여 대체로 우주의 의미로 쓰였다. 후에 世는 ‘시간’을, 界는 ‘공간’을 의미하는 말로 이해되었다.
종교학, 철학, 신학 등을 공부한 인문학자 김우인은 『세계의 깊이』에서, 물질문명이 고도화될수록 정신적이고 영적인 세계에 더욱 목말라하는 이들을 위해, 불교가 인간과 세계의 깊디깊은 내면을 보여줄 수 있음을 전하고자 했다.
Contents
머리말
1 지금 불교를 다시 생각하며: 불교에 관한 대화
붓다와 그 시대
붓다의 가르침: 사성제(四聖諦)
불교사 단상
오늘의 불교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