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한글편지

옛 편지에서 읽는 역사 이야기

조선시대 한글편지는 공간(公刊)된 역사서나 행장류에서 보기 어려운 서사자의 진솔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예컨대 나신걸이 아내에게 보낸 한글편지에는 멀리 떨어진 변방에서 분과 바늘을 사서 보내는 남편의 애정 어린 시선을 감지할 수 있으며, 선조가 정숙옹주에게 보낸 편지에는 국왕이라는 지위와는 무관하게 딸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순수한 부정父情이 투영되어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 한글편지에는 유교적 엄숙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난 개인의 정감과 생활현장에서 당면하는 일상사에 대한 서사자의 시각도 담백한 어조로 표명되어 있다. 따라서 조선시대 한글편지에 담긴 글의 내용은 그 시대를 산 인물들의 심미의식과 생생한 정보가 저장된 생동하는 역사의 일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