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예술인들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자기서사 자기표현 양상을 살피기에 앞서 바리데기 신화를 음미하고 있는 것은 바리데기가 한국 여성의 기원이자 누적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접촉성, 즉흥성을 기반으로 하여 전승되어 온 바리데기 신화는 여성적 담론이 생성되고 유포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여성의 자기서사 자기표현의 메타포이다. 특히 바리데기가 생명수를 구하러 떠난 구약노정에는 논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여성의 경험, 감정, 소망이 형상적으로 드러나 있어 여성적 원리에 대한 풍부한 암시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에는 현대판 바리데기라 할 수 있는 위안부 여성의 이야기 두 편이 실려 있다. 공선옥의 동화 "상수리나무집 사람들"과 변영주의 다큐멘터리 영화 "숨결" 등을 분석하고 있는 글이 그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국가간의 권력관계,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구조 등을 먼저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라 동화의 소재로 채택하기 어려우나 공선옥은 동심의 세계와 친화적인 생태철학을 배경으로 어린이에게 식민지 여성의 아픈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반면에 변영주는 가공과 변형을 배제한 기록 영화에 위안부 여성의 생생한 육성을 담아냄으로써 역사 기록이 누락한 여성의 역사를 복원하고 있다. 이 두 종류의 텍스트는 공통적으로 역사의 왜곡과 사회의 편견에 강력하게 대항한다.
또한 샤먼들에 의해 구송되는 신화는 구술자의 내면의 소리, 그것도 영성과 영감에 의해 선택된 말들로 구성되어 있어 고백적인 여성의 언술방식과 유사하다. 이 책에서 여성 에세이를 살피게 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연희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연희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배려하다보면 이야기의 핵심이 간단명료하게 정리되지 못하고, 사소하고 주변적인 소재를 함부로 버리지 못하여 모호하고 어눌한 표현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어 이 책에서는 신경숙을 비롯한 여성 소설가들의 작품세계도 아울러 살피고 있다.
Contents
제1장 신화 바리데기 : 바리데기 구약노정의 성격과 여성의 자기서사
1. 보수와 혁신의 서사, 바리데기 신화
2. 구약노정의 이접성
3. 존재 전이와 여성의 욕망
4. 여성적 자기서사의 형성과 전파
5. 정리
제2장 미술 나혜석「천후궁」외 : 과도기의 선각자 나혜석의 여성해방운동과 미술
1. 우상과 이상
2. 나혜석의 여성운동
3. 나혜석의 미술세계
4. 여성성의 발견
5.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