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노동과 간접 차별

90년대 이후 성별을 이유로 한 직접 차별은 피해갈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간접 차별로 빠르게 대체되어 왔다.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신인사 제도, 남성 중심적 능력 판단 기준에 입각한 능력주의 인사제도, 직급별 정년제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이 책은 직접적으로 성별을 명시하지는 않지만, 특정한 기준이나 조건이 '결과적으로' 한성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간접차별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한다. 간접차별을 규제하고 노동 시장에서의 차별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간접차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초적인 기준들이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은 이러한 작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 아주 좋은 예를 제공해 준다. 금융업은 여행원 제도나 성별 분리 호봉제와 같은 직접적인 성차별이 사라지고, 여성 승진 할당제 등이 부분적으로 시행되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와 더불어, 사업부제(事業部制) 등과 같이 체계적으로 여성을 배제하고 주변화하는 제도들의 도입이 꾸준히 시도되어 왔다. 금융업에서의 성차별 실태와 기제를 분석해 봄으로써 우리는 산업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차별, 특히 간접차별의 현주소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산업의 특성에 따라 차별의 양상은 다를 수 있으나, 그러한 차별의 기본적인 동기나 배경, 그리고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