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개항장은 특정 국가나 지역의 속성을 즉각 이해할 수 있는 대표성을 가진 지역으로 다루어 지지 않았다. 일종의 접경지(Contact Zone)인 개항장은 타자와의 조우가 이미 예견되는 장소로서 여기에는 로컬리티의 변화와 변모를 추동하는 내부적, 외부적 기제들이 작동하고 있었다. 개항 경험으로 인한 시공간의 중첩과 굴절을 복선적인 흐름과 유형으로 파악하고, 이것이 지역성(locality)과 어떠한 연관을 가지는지 추적해 본다면, 본질적인 ‘지역’ 연구가 아닌 관계로서의 ‘로컬’ 연구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자 한 것은 개항장 주체들의 실천적 행위이다. 동아시아 개항장 내의 복선적인 흐름과 궤적은 경계를 넘나드는 이동과 새로운 정착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개항장의 기존 질서와 규범은 타자로부터 거듭 도전을 받기도 하였는데, 이때에도 역시 개항장 주체들은 타자에 대처하고 교섭하는 일종의 정치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 책에서 개항장의 네트워크나 문화적 경험, 그리고 개항 기억의 전승과 재현을 개항장 주체들의 해석 행위로 간주하고 재조명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Contents
책머리에
1부 개항장, 그 경계적 위치와 네트워크
‘신개항장’ 목포의 공간과 조선인 네트워크―양흥숙
1. 대한제국 첫 칙령 개항장
2. 예고된 개항장과 본국조계의 조성
3. 조선인과 외국인의 잡거
4. 조선인 네트워크의 양상
5. 목포 개항장의 프리즘
톈진의 개항과 새로운 네트워크의 형성―강경락
1. 전통도시 톈진과 근대의 만남
2. 톈진 근대도시로의 발전
3. 서양의 톈진투자와 새로운 경제망의 형성
4. 톈진과 화북의 새로운 네트워크 형성
5. 톈진과 화북경제권의 근대화 모색
개항기 인천의 일본인 정착과 관계망―차철욱
1. 인천의 조건-위기와 기회
2. 인천 이주 서양인과 일본인의 관계
3. 인천 내에서 일본인-조선인의 갈등과 공존
4. 인천 일본인의 내륙 상업활동과 정치적 관계망
5. 일본인의 ‘인천화’와 한계
인천을 둘러싼 화교 네트워크와 일본제국―이시카와 료타
러일전쟁 군표 유입 문제를 중심으로
1. 인천 화교 역사에 대한 재조명
2. 러일전쟁 군표의 연혁
3. 일본 군표의 인천 유입
4. 광역적인 군표유통과 그 배경
5. 군표의 인천 유입과 화상
6. 군표의 인천 유입에 대한 일본의 대응
7. 네트워크와 제국의 교차점, 인천
2부 접경지의 경험과 문화
근대와의 만남, 말과 몸의 혼동―김동철
개항장 부산을 산 민건호의 삶
1. 개항장 부산과 민건호
2. 민건호, 일본에서 말과 몸을 보다
3. 개항장 부산에서의 삶-바람과 좌절의 외국어
4. 개항장 부산에서 익힌 몸 도우기와 다스리기
5. 혼동(성)으로서의 로컬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