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를 중심으로 박태원 소설을 하나의 정신사적 궤도 위에서 해명하겠다는 목표로부터 출발한 책이다. 그 해명의 시작은 기법이었다. 박태원은 기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작가였다. 그에게 있어서 기법은 단지 형식이 아니라 내용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내세운 창작기법이 바로 ‘고현학(考現學)’이었고, 그것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박태원에게 있어서 경성이야말로 일생을 두고 해독해야만 할 텍스트이고, 기록해야만 할 가장 매력적인 피사체였다. 그 중심에 서 있는 허구적 인물이 바로 ‘구보’이다. 구보는 소설가 박태원의 소설적 분신이며 그 자체로 박태원의 1930년대 서사를 가로지르는 창작방법론으로서 ‘고현학’이 인격화된 존재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서구식 헤어스타일, 멋스러운 유럽풍의 신사복과 단장으로 상징되는 이 모던보이 구보의 눈을 통해 식민지 근대의 서사는 시작되는데, 카메라의 시선, 질병, 유-모아, 수다, 범죄, 탐정, 기차와 근대도시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근대의 산물들이 구보를 통해 거침없이 서사 안으로 편입된다.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되어버린 기법은 박태원의 능동적인 서사 실험에 한계를 두지 않게 한다. 이를 통해 박태원 소설에서 다양한 통속적 코드는 취향의 문제가 아닌 창작기법의 문제로까지 격상된다.
Contents
제1장 서설
뷰파인더 위의 경성
1. 박태원과 고현학
2. 카메라를 든 사나이
제2장 도시를 읽는 독법
1. 텍스트가 된 도시 : 적멸, 애욕
1) 기원으로서의 ‘고독’
2) 욕망이 기록된 도시
2. 카메라가 된 ‘구보’ : 피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거리
1) 몽타주, 텍스트로서의 도시 읽기
2) 풍경이 된 근대인의 내면
3) 모던 보이의 ‘산책’
4) 병증으로 호명된 도시
5) 주관성의 인정과 ‘밀실’의 획득
제3장 피사체가 된 ‘언어’
1. ‘유-모아’의 소설화 : 악마, 최후의 억만장자
1) 신경증과 왜곡된 위트
2) ‘유-모아’와 탐정이 된 구보
2. 피사체가 된 이야기 : 천변풍경
1) 영상이 된 서사
2) ‘수다’의 고현학
3) 선택과 배제의 공간으로서의 ‘천변’
제4장 확장된 산책
1. 유쾌한 관찰자, ‘악동’의 등장 : 특진생, 소년탐정단
2. 범죄를 통해 읽은 ‘근대’ : 우맹
1) 탐정소설과 구보형 인물
2) ‘우맹’으로부터 ‘금은탑’으로
3) ‘기차’에 반영된 근대적 양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