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의 시에서 거세에 대한 공포를 읽었을 때인 것 같다. 그때 나에게는 모든 시인들이 거세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를 쓰는 것처럼 보였다. 시를 읽는 나 또한 그러한 시인들의 공포에서 놓여날 수 없었다. 하여 나의 시에 대한 관심은 사회의 모순을 왜곡된 신체 안에 담고 있는 시를 읽는 '공포체험'으로 변해갔다. 이 책은 그런 나의 '공포체험'을 통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이다. 신체가 가지는 고통의 극점에 공포가 자리한다면, 그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법 또한 그 안에 자리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