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문장들은 다 어디로 가서 죽을까”
당신이 건네준 문장,
그 문장과 문장 사이를 진동했던 내 시간의 흔적, 그것은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2012년 첫 시집 『다정한 호칭』으로 독자들에게 따뜻하고 애틋한 시세계를 열어 보인 이은규 시인. 그 무엇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다정하게 불러 새로이 돌아보게 한 시편들에 많은 독자들이 꾸준히 이 시집을 찾았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 그가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49편을 담아 돌아왔다. 꽃이 피고 계절이 바뀌는 등의 익숙한 소재로부터,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는 것들/일들의 운동성과 그것이 환기하는 존재와 부재를 포착해내는 데 탁월한 그. 마치 한곳에 소리 없이 선 채 만물이 피고 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듯한 그만의 섬세한 세계는 두번째 시집에서도 아름답고 우아하게 펼쳐진다. 다음의 시를 보자.
Contents
시인의 말
1부 모든 사랑은 편애
목화밭 이야기/ 홍역(紅疫)/ 말의 목을 끌어안고/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간절기/ 골목의 다짐
인력/ 귀가 부끄러워/ 매화, 풀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검은 숲/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2부 빗장뼈의 어원은 작은 열쇠
오는 봄/ 기울어진 빨강/ 하얀 밤, 앵무/ 꿈꾸는 우울/ 빗장/ 목요일이었던 구름/ 간헐적 그리움/ 탐구생활/ 꽃소식입니까/ 밤과 새벽의 돌멩이/ 겨울의 호흡/ 무릎베개/ 세상에서 가장 긴 의자
3부 편지 속 문장은 언제 도착할까요
밤의 이중나선/ 벚꽃 이동통신/ 스노볼/ 봄의 미안/ 봄이 달력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필사/ 웃는 돌/ 쌍리(雙鯉)/ 손님 거미/ 꽃과 굴착기/ 망우(忘憂)/ 옛날 일기를 새로 읽다/ 한밤의 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