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는 서양철학 전체를 담아낼 만큼 웅대한 사유를 펼친 철학자다. 그의 삶과 철학은 서양 문명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각인된 사건이 되었고, 그의 주저 『존재와 시간』이 출간된 1927년은 근대철학과 현대철학을 가르는 기점이 되었다. 메를로퐁티, 사르트르, 리쾨르, 푸코, 데리다, 레비나스 같은 프랑스 철학자들은 이 책을 출발점 삼아 현대적 사유를 펼쳐나갔다. 또한 마르쿠제와 하버마스의 비판이론, 아렌트의 정치철학, 실존철학과 현상학, 가다머의 해석학, 철학적 인간학, 언어철학, 과학철학, 포스트모더니즘 등 현대의 거의 모든 지적 흐름의 원천에는 하이데거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하이데거는 서양철학 전체를 회고하며 비판을 수행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세계대전, 모든 것이 돈으로 교환 가능한 자본주의 체제, 과학기술문명의 폐해를 단순한 우연의 산물이 아닌 서양철학의 뿌리에서 성장한 열매들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이데거는 지금과 다른 존재이해, 망각된 과거의 존재이해를 다시 불러오지 못한다면 현 시대의 난관은 돌파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존재이해를 비판의 준거로 삼았다. 이런 점에서 하이데거는 햄릿처럼 과거의 유령에 사로잡힌 자이다. 그는 자기 존재의 근원인 아버지의 아버지, 근원 아버지의 유령에 귀를 기울인 철학자다.
저자소개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대 그리스 철학, 독일 관념론과 낭만주의 그리고 하이데거를 비롯한 독일 현대 철학.미학을 주로 연구해왔다. 현재는 서양의 멜랑콜리 담론 연구, 생물학과 철학의 창조적 접점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하이데거의 사이-예술론』, 『멜랑콜리 미학』, 옮긴 책으로 『마르틴 하이데거, 너무나 근본적인』이 있다. 그 밖에 「기억과 상상의 불협화음」, 「탈근대담론의 ‘차이의 선’에 관한 계보학적/윤리적 연구: 크리스토프 멘케를 중심으로」, 「니체 철학에서의 고통과 비극」, 「서양 이성의 멜랑콜리: 칸트의 경우」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Contents
프롤로그: 현대철학의 위대한 순간
1장. 『존재와 시간』의 예술철학적 단초
산길|오푸스 마그눔|철학하는 햄릿|화두|쿠라 신화|공포와 불안|유한성|
세계 속에 있다는 것의 의미|도구|일상의 우리, 다스만|죽음 앞에서의 결단|진정성의 교두보, 양심|
시간적 존재|도식적 요약
2장. 시와 죽음
시와 언어 그리고 죽음|불가능의 가능성|세계형성과 시 창작|시와 죽음|죽음을 모험하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