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소설가들이 환영하는 젊고 발랄한 비평가가 출현했다. '제2의 김현'이라는, 귀가 솔깃하다 못해 자리를 박차고 직접 확인해보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극찬이 들려온다. 비평이 더 이상 창작에 열등감을 갖지 않게 된 것도 그의 덕이라는 놀라운 찬사도.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다른 것일까. '혜성과도 같은 신예'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등단한 지 4년이 되어서야 그의 첫 평론집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쉽고 친절하며, 재미있기까지 한데다 아주 유려한 문체를 구사한다는 그의 비평을 확인하는 것은 하나의 '의무'로까지 느껴진다.
저자는 시와 소설, 근대와 현대, 작품과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가 한국문학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들을 곳곳에 마련한다. 김영하, 강영숙, 박민규, 김훈, 박상원, 배수아의 작품을 통해 90년대 이후 이념이 사라진 한국문학계에 어떤 삶이 진실하고 아름다운 삶인지를 묻는 윤리학의 출현을 살피고 있으며, 2000년대에 등장한 젊은 시인들의 모험을 옹호하기도 한다. 한국 현대시사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이상, 윤동주, 김수영, 황지우, 오생근, 김혜순의 시 혹은 시론을 다루기도 하며, 그간 단행본에 수록된 해설들을 적절히 골라 묶기도 하였다.
이렇게 정리된 한 권의 책을 읽고나면, 저자가 문학에 걸고 있는 희망과 애정, 의미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것을 한 문자으로 정리한 것이 '몰락의 에티카'이다. 온세계가 성공을 말할 때 문학은 몰락을 선택한 자들을 내세워 삶을 바꿔야 한다고, 세계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 이것이 몰락 이후 문학이 보여줄 첫 번째 표정이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에티카(윤리)다. “윤리적으로 급진적인 소설들이 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Contents
책머리에
프롤로그 - 몰락의 에티카_21세기 문학 사용법
제1부 만유인력의 서사학
만유인력의 소설학 - 김영하 강영숙 박민규의 장편을 통해 본 ´소설과 현실´
속지 않는 자가 방황한다 - 김훈 소설에 대한 단상
오이디푸스 누아르 - 영화 「올드보이」를 위한 10개의 주석
수음하는 오디세우스, 노래하는 세이렌 - 「무진기행」의 한 읽기
아포리아의 제국 - 박성원의 소설
당신의 X, 그것은 에티카 - 김영하의 90년대와 배수아의 2000년대
보유 - 우리가 ´소설의 윤리´를 말할 때 너무 많이 한 말과 거의 안 한 말_세 편의 평론에 대한 노트
제2부 전복을 전복하는 전복
문제는 서정이 아니다 - 웰컴, 뉴웨이브
진실은 앓는 자들의 편에 - 2005년, 뉴웨이브 진단 소견
스키조와 아나키 - 2000년대 한국시의 정치학
시적인 것들의 분광(分光), 코스모스에서 카오스까지 - 2006년 여름의 한국시
전복을 전복하는 전복 - 뉴웨이브 총론
보유 - 미니마 퍼스펙티비아_시의 ´깊이´에 대한 단상
감각이여, 다시 한번 - 김경주의 시에 대한 단상
보유 시인들이 거기에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_필연성과 가능성에 대한 두 개의 단상
제3부 열세번째 사도들
열세 번째 사도의 슬픈 헛것들 - 남진우,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시뮬라크르를 사랑해 - 김행숙,『이별의 능력』
어제의 상처, 오늘의 놀이, 내일의 침묵 - 이민하,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어쩐지 록 스피릿! - 문혜진, 『검은 표범 여인』
이렇게 헤어짐을 짓는다 - 이병률, 『바람의 사생활』
감춤을 드러내고 드러냄을 감추는 일 - 장석남의 시
애도하는 오르페우스, 그리고 그 이후 - 김근의 시
제4부 그가 누웠던 자리
시선의 정치학, 거울의 주체론 - 이상의 시
그가 누웠던 자리 - 윤동주의 「병원」과 서정시의 윤리학
이 사랑을 계속 변주해 나갈 수 있을까 - 김수영의 "사랑"에 대한 단상
시적인 것, 실재적인 것, 증상적인 것 - 황지우의 시론
반성적 에피큐리언의 초상 - 오생근의 시론
불타는 사랑기계들의 연대기 - 김혜순의 연애시
시는 섹스를 한다 - 한국시, 체위의 역사
제5부 고독한 인간의 지도
거대한 고독, 인간의 지도 - 은희경,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아담 - 이기호,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욕망에서 사랑으로 - 천운영, 『그녀의 눈물 사용법』
섬뜩하게 보기 - 편혜영, 『사육장 쪽으로』
남근이여, 안녕 - 오현종,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
소녀는 스피노자를 읽는다 - 김애란, 『달려라 아비』
현실의 비관주의, 문학의 낙관주의 - 김영찬, 『비평극장의 유령들』
에필로그 - 울음 없이 젖은 눈 - 김소진에 대해 말하지 않기
발표 지면
Author
신형철
문학평론가. 2005년 계간 『문학동네』에 글을 발표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몰락의 에티카』 『느낌의 공동체』 『정확한 사랑의 실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출간했다. 2014년 봄부터 2022년 여름까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재직했고, 2022년 가을부터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비교문학 협동과정)에서 재직중이다. 관심사는 예술의 윤리적 역량, 윤리의 비평적 역량, 비평의 예술적 역량이다.
문학평론가. 2005년 계간 『문학동네』에 글을 발표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몰락의 에티카』 『느낌의 공동체』 『정확한 사랑의 실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출간했다. 2014년 봄부터 2022년 여름까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재직했고, 2022년 가을부터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비교문학 협동과정)에서 재직중이다. 관심사는 예술의 윤리적 역량, 윤리의 비평적 역량, 비평의 예술적 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