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빨래하랴 염소 먹이 주랴 바쁜데 나타샤는 졸졸 따라다니며 놀아 달라고 생떼를 쓴다. 할머니야 바쁘든 말든 제 고집만 피우는 것이다. 그러던 나타샤가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순간부터는 인형에게 질질 끌려 다닌다. 인형은 뭐든지 빨리! 당장! 해 달라고 떼를 쓰며, 나타샤는 지치든 말든, 자기가 좋아하는 건 계속 해 달라 한다. 사실 나타샤도 고집쟁이에 떼쟁이였는데, 인형은 나타샤를 뛰어넘어도 훨씬 뛰어넘는다. 그러니까 나타샤는 자기가 할머니한테 했던 행동을 고스란히 반대 입장에서 겪게 된 셈이다. 결국 나타샤는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하면서 깨닫는다. 그동안 자기 때문에 할머니가, 다른 사람이 힘들었다는 것을. 나타샤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 것이고, 이 특별한 경험을 통해 한층 자란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아이들에게 배려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도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떨지 헤아리는 경험은 꼭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