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돌아가는 하루, 끊임없이 흩어지는 집중력, 오늘만 해도 방금 뭘 하려고 했는지조차 잊기 일쑤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우리, 이 만성적 산만함이 단순히 내 머리 탓일까. 이 책 《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원제: The Distraction Addiction)의 저자 알렉스 수정 김 방은 먼저 산만함의 원인을 디지털 기기에서 찾는다. ‘전자 기기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알림음, 받은편지함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깜박임, 음성메일 도착 신호 등으로, 우리 마음은 트리플 에스프레소를 마신 듯 침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상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스마트폰은 스위치태스킹하기에 딱 알맞은 기기’다. 여기서 ‘스위치태스킹’이란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단순히 번갈아 하는 것으로, 하나의 목적으로 수렴되는 ‘멀티태스킹’과 구분된다. 이때 뇌는 끊임없이 초점의 방향을 바꾸고 한 가지 일을 쪼개고 다른 일을 처리한다. 이처럼 우리 두뇌는 스위치태스킹을 하는 동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저자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스위치태스킹이 더 쉬워졌지만, 스위치태스킹은 정말로 필요할 때 집중력의 폭을 축소시킨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침투한 사이, 디지털 기기 자체가 가지는 산만한 속성은 우리 안에 내재화되었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너무 오랫동안 (절제되지 않고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기술에 맡겨놓고는 “뭐가 잘못되었지?” 하며 의아해한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까지 우리와 정보통신기술과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보고, 우리가 왜 이렇게 산만해졌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은 충실한 연구 자료와 흥미로운 일화를 가미하여, 디지털 기기 과용의 위험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기기의 막무가내식 훼방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 말한다. 또한 기술 혐오증이나 신경과학에 쉽게 기대지 않으면서 ‘관조적 컴퓨팅contemplative computing’이라는 해법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제시함으로써,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동안에도 명료하고 차분한 생각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독창적이고도 고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할 일이 무엇인지조차 생각나지 않아 난감할 때, 문득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면, 저자의 진단과 조언에 귀 기울여보자.
Contents
들어가는 말_ 내 안의 두 마리 원숭이
1장 호흡
이메일무호흡증이 말해주는 것 | 도구와 인간의 얽힘 | 우리 몸의 일부가 된 휴대전화 | 기억을 기기에 아웃소싱하는 사람들 | 의식적이면서도 무의식적인 활동 | 산만함은 호흡으로 드러난다
2장 단순화
모자람 | 멀티태스킹의 재정의 | 문제는 스위치태스킹이다 | 젠웨어의 등장 | 집중력을 돕는 프로그램들 | 명경지수와 몰입
3장 명상
가만히 앉아 천천히 숨 쉬기 | 명상이 두뇌 구조를 바꾼다 | 스님에게 물어보세요 | 산만함은 PC가 없어도 존재한다 | 관조적 수행이라는 툴
4장 프로그램으로부터의 탈피
컴퓨터가 우리를 프로그래밍한다 | 가상 세계와 나 | 기술과 사용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가상현실 | 기억과 기록 | 컴퓨터가 사용자의 유형을 결정한다
5장 실험
이메일을 확인하기 전에 | 세심하게 관찰하기 | 행동유도성을 인지하라 | 기술 혁신의 실상 | 깨어 있는 마음으로 트위터하기 | 기술로 마음을 확장시킨다는 것 | 이메일 사용 습관 확인하기
6장 초점 재조정
관조적 컴퓨팅의 의미 | 상공에서의 몰입 경험 | 다윈의 생각하는 오솔길 | 걸으면 해결된다 | 관조적 공간 조성의 중요성 | 짧은 휴식의 가치
7장 휴식
끄기 | 디지털 안식일 운동 | 안식일 선언하기 | 능동적 안식일의 권유
8장 관조적 컴퓨팅을 위하여
여덟 가지 원칙
부록
_ 테크 일지 작성법, 마음을 일깨우는 소셜미디어를 위한 규칙, 디지털 안식일을 위한 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