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빨간 암탉이 게으른 친구들을 보기 좋게 한방 먹이는 이야기, 『빨간 암탉』은 짧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주인공 빨간 암탉은 앞에 ‘작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약자임을 드러낸다. 생쥐보다는 큰 몸집이지만, 하루 종일 일을 하는 것을 보아, 힘에 있어서는 여리고 약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이런 암탉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혼자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추수해서, 밀가루로 빻아 완성한 케이크를 다른 친구들이 먹으려 하자 “혼자서 다 먹을 테야!” 하며 케이크를 남김없이 먹어 버린다. 드디어 암탉이 부당함에 대해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약자였던 암탉이 당당히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세 친구들이 눈치를 보는 마지막 장면(청소 도구를 손에 든 세 친구들의 표정을 보라!)은 그래서 더 유쾌하고 시원하다. 어른의 눈으로 의미를 찾아보자면, 부지런함이나 노동의 가치, 자신감을 찾은 주인공 등 한이 없겠지만,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 통쾌한 반전이 주는 즐거움으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