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내용이 제안하고 있는 것은 ‘군속인류학’이라는 생소한 과제이다. 전쟁과 인류학이라는 장르가 만들어지면서 새롭게 등장한 과제로서 ‘군속인류학’이라는 용어가 앞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자못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류학 분야에 국한하더라도 전쟁 중 학자들의 역할에 대한 주제는,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제대로 정리된 바가 없으므로, 앞으로 학사적(學史的)인 차원에서 반드시 다루어져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류학 분야만은 아니며, 학문과 예술의 전방위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전시에 전장으로 동원되었던 인류학자의 작업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작업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평가의 출발점에서부터 선과 악을 기준으로 한 도덕적 가치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치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입장을 견지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한 결과물의 도덕적 가치판단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작업이므로, 가능한 한 사실관계만을 정확히 밝히고자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