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여행

매일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업무나 공부에 지친 우리는 늘 어딘가로 떠나는 상상을 한다. 그래서 휴가철이 되면 푸르게 빛나는 바다, 깜깜한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 이국적인 음식과 분위기를 기대하며 여행을 계획하기 바쁘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면 빠듯한 일정과 기대하지 않았던 돌발 상황, 인파와 바가지 요금에 시달리면서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절감하는 아이러니를 겪는다.

우리가 꿈꾸던 '여행'은 어디로 간걸까?

현명한 여행자들은 여행의 본질을 '변화'로 꼽는다. 익숙한 이곳이 아닌 새로운 ‘그 어딘가’로 떠나 낯선 풍경과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으로 자신을 옮김으로써 몸과 마음에 일어난 변화를 체험하는 것이 여행이다. 어떻게 보면 그러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과 돈, 육체적 움직임까지도 일상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새로운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제는 꼭 어딘가 낯선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그저 집을 나와 걷고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

『깊은 여행』은 반드시 낯선 장소로 떠나지 않아도, 언제 어디에서든 할 수 있는 여행이다. 토니 히스는 누구에게나 잠재된 능력으로 제한된 시공간을 벗어나 과거와 미래의 모든 장소를 여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여행에 관한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우리의 육체와 정신의 움직임에 대한 고찰을 통해 변화를 촉구하는 구호에 가깝다. 진정한 여행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이쪽의 안락함과 저쪽의 두려움 사이에서 한참을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도전에 마법과도 같은 ‘깊은 여행’의 주문을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