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EU의 독주에 맞설 새로운 경제공동체가 등장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5개국이 참여한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은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을 꿈꾸는 러시아의 야심에서 시작되었다. 옛 소련권 국가들의 경제공동체인 EEU는 최근 중국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신생 경제통합체를 이해하고, 나아가 한국 경제 활성화에 활용하기 위해서 유라시아 지역의 역사적 유산과 통합 조건, 그리고 각국의 경제적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이런 EEU가 성립되기까지의 과정과 전망을 경제적·지정학적·정치적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다루었다. 유라시아 통합의 경제적 중요성을 평가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내포한 EEU를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즉, EEU 출범이 어떠한 배경에서 이루어졌으며 어떠한 제도적 특징을 갖고 있는지, 이 기구의 경제적 조건과 회원국 간의 경제통합 수준은 어떠한지, 이에 가입한 관련 국가의 조건과 입장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EEU가 동북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이에 한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까지 면밀하게 살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EEU 출범과 배경 및 제도적 특징, 그리고 현황을 들여다보았다. 2부에서는 EEU에 가입했거나 아직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EEU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들의 입장과 조건을 다루었고, 3부에서는 EEU의 국제적 조건을 언급하면서 특별히 EU와의 관련성과 차별성, 그리고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그 의미를 담았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는 러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지역을 경제의 신개척지로 삼아왔다. 김대중 정부의 ‘철의 실크로드 계획’과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평화 번영 정책’ 등 유라시아를 동북아의 새로운 경제적 허브이자 블루오션으로 여긴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유라시아와 한국을 잇는 정책들도 그 실체가 불분명했다. 그러한 와중에도 국내에 몇 안 되는 러시아·유라시아사업단인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는 유라시아와 동북아의 관계를 묵묵히 연구해온 뚝심 있는 단체이다.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의 연구진은 1974년부터 현재까지 오랜 기간 유라시아를 연구해오면서 다져온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유라시아경제연합: 지역통합의 현실과 전망』을 출간했다. 특히 새로이 출범한 EEU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앞으로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잇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