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대 초반 미국에서 기술 혁신과 일자리 창출에 있어 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소기업중심 지역발전론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 소기업은 소생하는 자유시장의 화신 바로 그것이었고, 이에 대한 장려는 정부 개입의 최소화, 유연성 강화 등의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베넷 해리슨은 『린 앤 민』을 통해 중소기업 중심의 지역발전 전략에 대한 환상을 정면으로 비판하였다. 이러한 비판이 담론에 그치지 않고, 통계데이터에 근거한 분석에 기초해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장점이다.
이 책의 원저인 『린 앤 민(lean and mean)』은, 경제학 분야는 물론 경영학, 경제지리학, 사회학, 지역개발 등 여러 분야의 담론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을 인용한 여러 분야의 저서들이 국내에 먼저 번역되면서 린 앤 민은 기존에 ‘인색한 린생산,’ ‘짠돌이 경영,’ ‘가볍고 날렵하게’ 등으로 번역되어 왔다. 린 과 민의 사전적 의미는 각각 "마른"과 ‘인색한"인데, 하청제 등을 통해 유연한 네트워크 형태의 기업을 만듦으로써 핵심 부문의 크기를 골격만 남을 정도로 축소시킨 생산 조직을 은유하는 표현이 린이다.
그 가장 전형적인 예는 일본의 기업 조직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일본식 린생산 방식의 비용 삭감 관련 조치는 채택하되, 이와 관련된 평생 고용ㆍ하청업체와의 호혜적인 관계 형성 등의 관행은 채택하지 않는 기업의 ‘인색한’ 유연성 추구 방식을 저자인 베넷 해리슨은 린 앤 민이라고 부르고 있다. 1999년 56세의 이른 나이에 사망한 해리슨은 전형적인 반전세대 학자로서 정치경제 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관점을 견지했고, 학문적 엄밀함과 적극적 현실 참여를 동시에 추구했다.
Contents
제1부 개관
제1장 대기업, 소기업, 네트워크 기업
제2부 소기업이 경제발전의 동력이라는 주장에 대한 재평가
제2장 일자리 창출자로서의 소기업 신화
제3장 소기업은 기술혁신을 주도하는가?
제4장 이탈리아 산업지구의 변화: 진화인가 퇴화인가?
제5장 실리콘밸리는 산업지구인가?
제3부 지구적 네트워크 생산체계의 등장
제6장 ‘유연성’과 대기업 주도 생산 네트워크의 등장
제7장 대기업 주도의 네트워크 생산체계: 일본과 유럽
제8장 미국의 기업 간 생산 네트워크
제9장 유연적 생산의 어두운 면
제4부 경제발전 정책에 대한 재고
제10장 린 앤 민 생산 시대의 경제발전 정책
제11장 후기: 새로운 밀레니엄 이브에 즈음한 <린 앤 민>에 대한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