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비가 사는 세상, 정갈하고 섬세한 비단 그림에 담긴 아름다운 하루”
옛 그림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잇는다
우리 옛그림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한국화가 백지혜가 『꽃이 핀다』에 이어 다시 한 번 꽃향기 그윽한 아름다운 그림책을 선보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비단에 배채(背彩)를 이용한 전통 채색화 기법으로 그렸어요. 색을 이용하여 사실적인 사물 표현을 하면서도 서양 유화와는 달리 밑 색이 겹쳐지면서 깊이 있는 색감으로 은은한 아름다움을 담아냅니다.
전작 『꽃이 핀다』가 꽃이 지닌 ‘색’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우리 주위에 피어 있는 꽃의 모습을 온전하게 보여줍니다. 만개한 꽃송이와 이제 막 벌어지려는 꽃봉오리, 바람에 흔들리는 여린 가지, 초록물이 배어나올 듯 싱그러운 이파리와 섬세한 잎맥, 꽃이 심겨진 화분, 햇살에 투명하게 비치는 꽃잎, 꽃가루가 쏟아질 듯한 노란 꽃술, 꽃향기를 맡고 날아드는 나비가 책 속에서 오롯이 살아나요. 전통 화훼도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지요. 작가가 특히 좋아하는 조선 후기 화가 신명연의 꽃 그림, 남나비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남계우의 나비 그림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통 초상화 기법을 연마하여 오랫동안 인물화를 그려온 기량도 한껏 발휘했습니다. 나비를 쫓느라 볼이 발그레해진 검은 머리 아이, 이 땅에 사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형상화되었어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구도와 맑고 화사한 색감, 머리카락 한 올, 꽃잎에 실핏줄처럼 그어진 무늬 한 가닥, 나비 날개의 점 하나 놓치지 않은 섬세한 붓질이 감탄을 자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