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정변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추안급국안(推案及鞫案)」은 중죄인에 대한 심문과 진술, 판결 및 처형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그 가운데 갑신정변 관련자에 대한 기록은 정변에 대한 제1차적 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그들의 꿈과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 그동안 우리는 그들의 진술을 통해 갑신정변과 김옥균의 개혁과 사상을 논하여 왔지만, 이제 진술자의 개혁과 사상을 논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되었다.
「추안급국안」에 담긴 내용을 보면, 권력 관계를 둘러싼 역모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심문 비중이 가장 높고, 당쟁ㆍ변란ㆍ천주교[邪學]ㆍ괘서(掛書) · 강상죄(綱常罪)ㆍ사주(私鑄)ㆍ가어사(假御使) 등의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심문 내용 또한 적지 않다. 따라서 조선후기 17세기 초부터 19세기 말까지 국가적 중대사건의 내용과 처리방식, 법률의 적용 등을 이해할 수 있고, 권력을 둘러싼 정치세력 간 힘겨루기와 민중의 저항운동, 새로운 사상의 유입과 대응, 중대한 윤리적ㆍ경제적 범죄 양상 등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추안급국안」은 조선후기 정치사ㆍ법제사ㆍ사회사ㆍ민중운동사 등에 대한 내용과 변화상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자료의 보고(寶庫)라 하겠다.